‘기생충’ 역사가 되다…작품상 포함 美 아카데미 4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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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역사가 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입성한 아카데미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시상식장을 메운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해 인터뷰룸에서 이를 지켜본 전 세계 220여 개 언론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낸 이견 없는 성과였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이 중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단숨에 석권했다. 1919년 ‘의리적 구토’의 상영 이후 한국영화 101년,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아카데미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한 지 57년 만의 일대 사건이다.

작품상으로 호명된 후 무대에 오른 제작사 바른손의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벌어져 너무 기쁘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 이 순간 뭔가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느낌이 든다”며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의 수상 행진은 각본상으로 시작됐다. 각본상 발표 후 ‘기생충’ 주역들의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영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후 미술상, 편집상 부문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가장 유력했던 국제장편영화상에서 다시 ‘기생충’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손을 번쩍 치켜들며 송강호와 만면을 웃음을 지은 봉 감독은 “이 카테고리 이름이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뀐 후 그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더 의미가 깊다”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기쁨을 만끽했다.

화룡점정은 감독상 부문 시상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토드 필립스, 샘 멘데스, 쿠엔틴 타란티노 등 쟁쟁한 감독들을 뒤로하고 봉 감독은 감독상도 거머쥐었다.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수상의 기쁨을 완연히 표현했던 앞선 수상과 달리 봉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허허”라고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조금 전에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싶었다”며 “너무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은 “그리고 제가 어릴 때 가슴에 새긴 말이 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마틴 스코세이지”라며 객석에 앉아 있던 스코세이지를 가리킬 때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에 모든 참석자가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스코세이지는 봉 감독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음 지었다.

이어 봉 감독은 “내가 학교에서 마틴의 영화를 보고 공부했다. 같이 후보가 된 것도 영광인데 상을 받아 더 큰 영광”이라며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 트로피를 5개 나눠서 토드와 샘, 쿠엔틴 등과 나눠 갖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항상 농담을 잊지 않는 그는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때 “오늘 밤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고 말한 데 이어 감독상 수상 후에는 “내일 아침까지 마실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한편 ‘기생충’과 작품상을 두고 다투던 ‘1917’은 촬영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등 3관왕에 올랐고, ‘조커’는 남우주연상과 음악상을 받았다.

안진용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 : ‘기생충’
△감독상 : ‘기생충’
△각본상 : ‘기생충’
△국제장편영화상 : ‘기생충’
△남우주연상 : 호아킨 피닉스(‘조커’)
△여우주연상 : 르네 젤위거(‘주디’)
△남우조연상 : 브래드 피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여우조연상 : 로라 던(‘결혼 이야기’)
△각색상 : ‘조조 래빗’
△촬영상 : ‘1917’
△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미술상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의상상 : ‘작은 아씨들’
△분장상 : ‘밤쉘’
△음악상 : ‘조커’
△주제가상 : ‘로켓맨’
△음향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음향효과상 : ‘1917’
△시각효과상 : ‘1917’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토이 스토리4’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헤어 러브’
△단편영화상 : ‘더 네이버스 윈도우’
△장편다큐멘터리상 : ‘아메리칸 팩토리’
△단편다큐멘터리상 :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