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 유권자 가치관·정책 입장 조사>진보 집권 3년… ‘윤택한 삶, 운과 인맥으로 결정’ 인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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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 유권자 가치관·정책 입장 조사

“능력있는 사람 임금 더 받아야” 69.3%… 젊은층에서 지지 높아
“기업, 사적 소유 확대” 62.3%… “정부 더많은 일 해야” 82.2%

‘경쟁과 능력에 따른 불평등, 사적 소유 확대 등 자유시장경제 가치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진보 성향을 자처하는 세력이 집권한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는 16일 문화일보와 서울대 폴랩(Pollab·한규섭 교수 연구팀)의 유권자 가치관 조사 결과를 관통하는 주된 흐름이다.

자유의 가치를 적극 지지하면서도 정부의 개입을 옹호하는 다소 모순적인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게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경제 발전의 과실은 기득권층에만 돌아가고, 특히 기업이 너무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보여주듯,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공정한 나라를 만들라’는 민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이제 30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공정’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자유시장경제 가치 적극 옹호 = 문화일보와 폴랩은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들의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해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가장 두드러지는 응답 결과는 유권자들이 경쟁, 능력에 따른 임금 차이, 사적 소유 확대 등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를 적극 옹호한다는 점이다. 경쟁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경쟁은 좋은 것이다.

사람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새로운 생각들이 탄생하게 만든다’는 응답이 87.3%에 달했다. ‘경쟁은 나쁜 것이다. 사람들을 더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응답은 12.7%에 불과했다. 특히 60세 이상의 92.4%,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90.0%가 ‘경쟁은 좋다’고 밝혔다.

임금에 대해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69.3%로, ‘임금수준은 평등해져야 한다’는 응답(30.7%)의 배를 넘었다. 능력에 따른 임금 차별에 대한 지지는 60세 이상(74.2%), 대학재학 이상(72.7%), 월소득 800만 원 이상(77.4%), 보수층(77.6%)에서 특히 높았다. 기업·산업 소유와 관련해서는 ‘기업과 산업의 사적 소유를 확대해야 한다’ 62.3%, ‘정부 소유를 확대해야 한다’ 37.7%로 각각 나타났다.

◇공정성에 대한 불신 팽배 = 경제적 이익 분배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우리나라에서 경제 발전은 불공정하게 기득권층에만 이익이 된다’는 응답이 71.8%로, ‘경제 발전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응답(28.2%)을 압도했다. 분배의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40대(78.8%)와 50대(76.6%), 광주·전라(79.8%), 진보층(78.8%)에서 특히 높았다. 기업의 이윤 수준에 대한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71.9%가 ‘대부분의 기업은 너무 많은 이윤을 얻고 있다’고 답했다. 28.1%만이 ‘대부분의 기업은 공정하고 합당한 정도의 이윤을 얻고 있다’고 했다.

성공의 조건에 대한 질문에서는 ‘결국에는 열심히 일하면 삶이 더 윤택해진다’는 응답이 49.8%, ‘열심히 일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이 운과 인맥에 의해 결정된다’는 응답이 50.2%로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일한 만큼 성과가 돌아온다는 답변은 60세 이상에서 62.0%에 달했지만, 19∼29세에서는 37.1%에 그쳤다.

이번 조사 책임자인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가치 면에서 자유시장경제를 확고히 지지하지만, 우리 사회 시스템이 그에 맞춰 제대로 안 굴러가다 보니 능력에 따라 대우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젊은층에 이런 인식이 퍼져 있다”며 “대입 정시 전형 확대에 대한 찬성이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자신을 공정하지 못한 경쟁의 피해자라고 본다”고 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 옹호 =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 지지로 이어지고 있었다. 기업 규제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정부의 기업 규제는 보통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71.8%로, ‘정부의 기업 규제는 보통 해가 된다’는 응답(28.2%)을 압도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업과 개인의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82.2%에 달했다. ‘정부는 기업과 개인을 위해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17.8%에 불과했다.

복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정부는 모든 국민의 복지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이 67.2%, ‘국민은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이 32.8%였다.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한 인식을 물었을 때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초생활이 보장되기 전에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복지는 이롭다’는 응답이 64.2%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복지는 정부의 도움에 더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에 해롭다’는 응답(35.8%)보다 높았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의뢰: 문화일보·서울대 폴랩(Pollab·한규섭 교수 연구팀) △조사기관: ㈜칸타코리아 △일시: 2020년 2월 25∼28일 △대상: 2020년 2월 현재 전국 19세 이상 남녀 1200명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온라인(패널) 조사 △피조사자 선정방법: 성·연령·지역별 인구 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법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2.8%포인트 △오차 보정방법: 2020년 1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가중치 부여 △내용: 가치관 및 정책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