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방역과 일상’ 장기전에 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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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서울아산병원 진료부원장· 감염병대책본부장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일로다. 각국이 확산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얼마나 더 유행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 독일 인구의 최대 70%가 감염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미국 인구의 50∼70%가 감염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코로나19의 기초재생산지수 등을 고려할 때 사회 구성원의 60% 정도가 면역을 가져야 바이러스 확산이 멈출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만 감염된다 해도 50만 명에 이르게 된다.

인간이 면역력을 갖는 기전은 감염병에 걸렸다가 회복하거나 백신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빨라야 1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가능한 한 늦추면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길뿐임을 알아야 한다.

감염자 1인당 전파 정도를 보여주는 기초재생산지수는 2015년의 메르스가 0.7 정도인데 비해 코로나19는 3∼4로 훨씬 더 높다. 메르스는 증상 발현 후 전파되지만, 코로나19는 증상 발현 전에도 전파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알 수가 없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잠시 주춤한다 하더라도 지구 남반구를 거친 바이러스가 가을에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인 유행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재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은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을 생각해 봐야 하는 단계다.

우리는 팬데믹 초기에 감염자가 급증했으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검사와 높은 의료 수준으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선전하고 있다. 최선의 대증요법과 확진 환자의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위생, 마스크 쓰기 등을 통해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희망을 품게 됐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한 국면이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행이 종식될 때까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모여 환자들에 대한 질병의 임상적 양상과 진행 패턴, 사망자의 위험요소 등을 분석하고 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 새로운 환자 발생을 최소화해 국내 의료 시스템이 환자 치료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치료의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초기처럼 모든 감염 환자를 입원시켜 격리 치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중환자 증가에 대비하고, 동시에 생활치료시설의 장기적 운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원자에게 의존하는 현 비상체제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료 인력 수급 방안도 필요하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느라 다른 위급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 또한, 장기전에 들어간 만큼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양산될 때까지는 현재와 같은 긴장을 유지해야 하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과연 언제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초·중·고교의 개학 연기나 다중시설 이용 억제와 같은 조치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장기화하면 경제적 손실 못지않게 국민의 정신건강 역시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감염을 방지하면서도 위로와 소통이 가능한 일상 복귀의 해법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국가와 개인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