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방영 7000회 ‘6시 내고향’
‘6시…’ 전국의 고향소식 전해
어르신 만나 ‘하하호호’ 웃음꽃
‘아침마당’등 중장년층에 인기
따뜻함 전하고 함께 하는 재미
여기 공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KBS 1TV ‘6시 내고향’이다. 지난 1991년 5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오는 3월 30일 7000회를 맞는다. 무려 29년의 세월을 대중과, 정확히 표현하자면 중장년층과 함께했다. ‘6시 내고향’이 ‘어른들의 1박 2일’이라 불리는 이유다.
공영방송인 KBS에는 ‘6시 내고향’ 외에도 ‘전국노래자랑’(1980∼), ‘가요무대’(1985∼), ‘아침마당’(1991∼), ‘개그콘서트’(1999∼) 등 장수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장수의 조건, 그리고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코로나19 넘은 ‘6시 내고향’의 행보
1991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 ‘6시 내고향’은 그동안 777만3885km, 지구를 186바퀴 돌 수 있는 거리를 누볐다. 그 사이 대통령이 6번 바뀌며 사회적으로 수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6시 내고향’은 평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열었다.
하지만 경사를 앞둔 ‘6시 내고향’의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지역 간 이동이나 대면 활동을 줄이라는 권고가 이어지면서 야외 촬영 프로그램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6시 내고향’은 대인 접촉이 많은 ‘고향버스’와 ‘내고향 닥터’ 코너를 중단한 대신 7000회를 앞두고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상생과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내 고향 상생장터 함께 삽시다’가 대표적이다. 판로가 막힌 질 좋은 우리 농수산물을 소개해 자연스러운 유통망을 형성한다는 취지다.
공영 방송의 특성상 직접적으로 판매자의 연락처를 공개할 수 없지만 홈페이지를 활용하거나 영농조합 등을 통해 연결이 닿도록 돕는다. ‘6시 내고향’을 담당하는 심하원 팀장은 “지난 16일 이 코너를 시작한 후 소개된 전복이 1억5000만 원, 감자가 5000만 원가량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29년째 인기 ‘아침마당’
젊은층에 비해 코로나19에 취약한 중장년층이 방송 제작진의 방문을 꺼리진 않을까? 실상은 반대였다.
심 팀장은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겨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외로움과 싸우고 계셨기 때문에 오히려 반긴다”며 “하지만 건강 취약자인 어르신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인파가 모이거나 음식을 나눠 먹는 장면은 지양하고, 리포터들도 현장 도착과 동시에 체온을 재고 마스크를 쓰고 리포팅하는 등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 프로그램 지키는 KBS 1TV, 시청률 높고 광고 부담 없어
프로그램이 존속하기 위한 선제 조건은 무엇일까? 당연히 시청률이다. 매일 아침 받아보는 시청률표가 일종의 성적표기 때문이다.
‘6시 내고향’의 최근 시청률은 7∼10% 사이를 오간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을 통틀어도 매일 시청률 톱10 안팎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준수한 성적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에 따르면, 이는 약 13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을 때 거둘 수 있는 수치다.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아침마당’의 시청률 역시 10% 안팎이다. K-팝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지상파 음악순위프로그램의 시청률이 0%대고,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예능 시청률이 5%를 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일군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이는 ‘TV=올드매체’임을 강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10∼40대들이 TV보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에 몰두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하향 평준화된 반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삼는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1980년 시작 ‘전국노래자랑’
반면 이런 상징적 수치는 공영방송인 KBS, 특히 광고 수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KBS 1TV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6시 내고향’을 비롯해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아침마당’ 등은 모두 1TV에 편성됐다. 덕분에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장기간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즐기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KBS 관계자는 “최근 또 다른 장수 프로그램 ‘해피투게더’(2001∼2020)가 종방하고, ‘개그콘서트’(1999∼) 역시 하락한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해 편성 시간대와 포맷을 바꾸는 등 안간힘을 쓰는 건 광고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2TV에 편성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며 “재미있기 때문에 장수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지만, 장수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존재이므로 계속 생명력을 얻는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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