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가을 마스터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코로나19 탓에 전 세계 골프의 ‘블랙 아웃’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5월까지는 프로골프 무대는 암흑시대를 맞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지금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출입구인 매그놀리아 레인은 철문으로 굳게 닫혔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세계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명인열전’ 마스터스 열기가 한창일 텐데 말이죠. 해마다 ‘마스터스 위크’ 때면 오거스타 전역에 전 세계에서 골프선수와 관계자, 미디어, 골프팬 등 수십만이 몰리는 축제가 되곤 했습니다. 지난 3월 잠정 연기했던 올해 마스터스를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기로 했습니다. 늦게라도 열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스터스 2연패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오거스타내셔널 측은 새 일정을 발표하면서 “가을 마스터스에 대한 기대가 오거스타 지역 사회와 골프팬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마스터스를 가을에 본다는 게 낯선 것도 사실입니다. 4월이 아닌 11월 마스터스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던 풍경이 많을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4월의 마스터스는 엄청난 열정을 쏟아부어 만든 잘 꾸민 정원 같은 코스였다면, 11월의 오거스타내셔널은 형형색색의 왕철쭉이나 목련이 수놓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멘코너’인 12번과 13번 홀 그린 뒤편을 수놓던 알록달록한 꽃이 없다면 낯설고 황량할 것이란 얘기죠. 이뿐이 아닙니다. 4월에 21∼28도이던 기온이 11월엔 평균 15도, 최저 5도까지 내려갑니다. 일교차가 커 새벽은 영하의 체감온도를 느낄 수 있겠고, 한낮에 구름과 약간의 바람만 불어도 오싹한 추위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반팔 셔츠 대신 브리티시오픈의 갤러리처럼 칙칙한 색상의 긴팔을 입은 패트런이 넘칠지도 모릅니다.

마스터스는 전통적으로 1번 홀 출발을 고집했습니다. 4월에는 일조시간이 12시간 이상이지만 11월에는 이보다 2시간 정도 줄어들어 1, 2라운드가 열리는 목·금요일은 1번과 10번 홀에서 동시에 출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11월 마스터스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4월의 마스터스는 ‘시청률 깡패’라 할 만큼 높았지만 11월은 사정이 다릅니다. 마스터스 위크의 토요일에는 최고 인기인 프로풋볼 대학리그와,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일요일에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와 경쟁해야 합니다.

이처럼 낯선 11월의 마스터스도 그나마 코로나19가 종식돼야만 가능합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