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못찾은 檢言유착… MBC 몰카취재 했다면 통비법 위반

- 대검 인권부 “확인 불가”

친여권 성향 지모씨 의혹 제기
MBC가 총선 앞두고 연속보도
이철-지씨 연결한 인물도 의문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사이의 유착 의혹 사건의 진상과 관련해 대검 인권부가 “‘검언유착’의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윤 총장이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수사의 초점이 ‘검언유착’에서 ‘정언유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사기 처벌 전과가 있고 친여권 성향의 인물인 이른바 ‘제보자 X’인 지모 씨가 총선을 앞두고 관련 의혹을 제보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일 검찰 안팎에 따르면 대검 인권부가 채널A 기자와 지 씨와의 녹취록 등을 확인한 결과 MBC에서 제기한 검찰과 채널A 간의 유착 정황이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지 씨가 MBC에 제보한 검언유착 의혹은 결국 지 씨가 여권 특정 세력과 결탁해 벌인 정언유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 씨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채널A 기자와 만났다. 지 씨는 마치 자신을 이 전 대표의 대리인처럼 소개했는데, 현재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는 신라젠 대주주였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일부 임원이 주식을 미리 팔아치우면서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게 한 일명 ‘신라젠 사건’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과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 인사와 친분이 있었던 이 전 대표가 지 씨와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밝히는 것도 검찰 수사의 새로운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 씨의 SNS도 논란이 불거졌다. 지 씨는 이모 씨라는 가명으로 활동한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검찰을 수위 높게 비판하고 열린민주당을 옹호해 왔으며 여권 인사와 함께 라디오 방송에 출연도 한 바 있다.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는 ‘112’라는 숫자와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1번, 비례정당은 열린민주당 12번’이라는 투표용지 설명이 적혀 있었다. 현재 지 씨는 해당 페이스북 계정을 탈퇴한 상태다. 녹취록에서 지 씨는 채널A 기자를 상대로 총선 시점이나 특정 검사장의 이름 대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 씨는 “목적이 아무튼 총선 전에 이걸 터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거나 “총선 전후가 아니라도 시점이 괜찮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오히려 채널A 기자 측에서는 “총선 전이든 후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지 씨를 설득하기도 했다.

검찰은 MBC가 녹취록상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몰카취재를 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17일 대검 인권부장으로부터 채널A 취재와 MBC 보도 관련 사건 진상조사 중간 결과를 보고받고 언론사 관계자와 불상의 검찰 관계자의 인권 침해와 위법행위 유무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온유·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