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성역없는 ‘脫원전 감사’ 속도 내나

감사원장 “검은 것 검다, 흰 것은 희다 말할 수 있어야”
월성 1호기 감사 담당자 교체 ‘정권 눈치보지 말라’ 메시지

감사원이 국회가 요구한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를 담당했던 공공기관감사국장을 4개월 만에 조기 교체했다. 특히 최재형 감사원장이 해당 인사 당일 있었던 실·국장 회의에서 ‘성역 없는 감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늦장 감사와 정권 눈치 보기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원전 감사 작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8일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월성1호기 감사를 맡고 있던 이준재 공공기관감사국장을 4개월 만에 산업금융감사국장으로 발령내고, 그 자리에 유병호 심의실장을 앉혔다. 공공기관감사국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공공기관 감사를 담당한다. 최근 감사 지연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월성1호기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감사를 맡고 있다. 이런 보직 인사와 관련,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월성 원전 감사의 법정 기한은 지난 2월 말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며 결국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넘겼고 현재 ‘보류’ 결정 상태다. 이를 놓고 야권에서는 “감사원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해 감사 결과 발표를 총선 이후로 넘겼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인사 당일 실·국장 회의를 열어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원장인 내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최 원장이 성역에 도전하지 않은 감사원 조직에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감사원은 “(해당 인사는) 승진 등에 따라 공석이 발생하면서 연쇄적인 이동이 발생한 것”이라며 “감사원장은 통상적으로 내부회의에서 감사원이 공직사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