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코로나 책임·지원금 규모·대만 재참여… 美·中 ‘WHO 전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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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19일 WHO 화상 총회

미국, WHO 지원금 압도적
적은 기여금 내는 中에 불만
중국, 거브러여수스 간접 지원
中옹호하던 수장 전세계 뭇매

대만 확진 440명·사망 7명
美, 참가 카드 꺼내 中 견제
영국·캐나다·호주도 찬성 나서
中 “코로나 정치화 결사 반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처하는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의 주요 의제를 결정하는 세계보건총회(WHA)가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역대 최초로 화상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194개 회원국은 코로나19 퇴치 등을 위한 WHO의 예산 편성을 발표하고,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WHO 사무총장의 관련 브리핑 및 연설도 예정돼 있지만, 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세계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 치열한 경쟁이 이번 총회에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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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전부터 치열한 ‘기여금’ 전쟁 = 총회 개막 한 달여 전인 지난 4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미 전쟁은 막이 오른 상태다. WHO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의 편에 서서 ‘조기 경보’에 실패했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지만, 중국이 지난 2월 2000만 달러에 이어 지난달 25일 WHO에 3000만 달러의 자금을 추가 기부하겠다고 응수하면서 ‘돈 전쟁’으로까지 비화했다.

미·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기여금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이 중국의 WHO 기여금이 지나치게 적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 여기에 WHO 기여금 구조 자체도 불안정하다. WHO 운영 및 각종 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총회에서 회원국의 경제력과 인구에 비례해 각각 부과하는 고정 기여금과 각국 정부 및 기업, 사회단체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자발적 기여금’ 등으로 분류되는데, 초창기 전체의 50%에 달했던 고정 기여금 비중이 2018∼2019년 17.02%까지 줄어들면서 문제가 생긴 것. 반면 각국이 추가로 기부하는 ‘자발적 기여금’이 76.96%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예산 조달이 불안정해진 데다, 국가별 형평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대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 미국은 전체 기여금 중 고정 기여금 27%에 자발적 기여금도 73%를 내고 있지만, 중국의 기여금은 고정이 88%에 자발적 기여금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다시 강조하면서 각종 국제기구에 대한 기금 출연을 꺼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적은 기여금을 내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불만은 중국이 기여금 출연에 비해 WHO 내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거액을 낼 수 있는 ‘미래 자금줄’인 중국에 WHO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는 총회에서 다수결 원칙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WHO의 ‘중국 편향’ 논란도 이 같은 미국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었다. 테워드르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사진) 현 총장이 중국의 간접 지원을 받아 당선된 데다, WHO는 중국의 ‘헬스케어 실크로드’ 계획 등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WHO가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중국을 옹호하는 입장을 유지해온 것도 중국 편향 논란을 재촉발했다. 독일 슈피겔은 지난 10일 WHO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요구로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을 늦췄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대만 참여 논란 올해도 계속 = 이번 총회에서 미·중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최대 뇌관은 대만의 WHO 참여 여부다. 대만은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으로 WHO 등 모든 유엔 기구에서 회원 자격을 잃었다. 이후 WHO에 옵서버(비회원국이지만 회의에 참석 가능한 회원) 자격을 타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친중 성향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집권한 2009∼2016년엔 옵서버 참가가 가능했지만 반중 성향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2016년부터 옵서버 자격이 다시 박탈됐다.

하지만 대만은 올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옵서버 자격 재취득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대만은 12일 현재 누적 확진자 440명에 누적 사망자도 7명에 불과한 상태다. 게다가 미국은 대만의 WHO 옵서버 참여 카드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총회에 대만을 초청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지난 4월 27일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이 천스중(陳時中) 대만 위생복리부장과의 통화에서 “대만이 참관국으로 WHO 총회에 참가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고,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지난 8일 대만의 WHO 참여를 지지해 달라는 서한을 초당적으로 작성해 세계 50여 개국 정부에 보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떼어낼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화된 공통 인식”이라며 대만 민진당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용해 ‘대만 독립’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위인(劉玉印) 주제네바 중국대표부 대변인은 대표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는 코로나19 대응 문제를 정치화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중국은 이에 결단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회원국의 양극화 속 WHO 개혁도 안건 =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서 WHO 회원국들도 ‘줄서기’를 하는 양상이다. 지난 6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대만의 WHO 가입을 공식 지지한다고 발언하면서 미국 편에 섰다.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캐나다 외교장관도 최근 “WHO 회의에서 대만이 옵서버로 참여하는 것은 국제 보건계에 도움이 되며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글로벌 싸움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호주·영국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영어권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WHO 총회에서 코로나19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독립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쉽게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WHO 사무총장과 사무국 개편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WHO의 코로나19 대응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WHO의 주요 기여 단체인 에이즈헬스케어재단(AHF)은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을 이번 회의에서 해임시키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앉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자는 주장도 하기 있지만, 중국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WHO 개혁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