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석유제품 수출 ‘반토막’…반도체 선방에도 ‘출구없는 늪’

5월 수출 20.3% 급감

전년대비 51억8000만달러 ↓
폭은 줄었지만 두자릿수 감소
반도체 13%·선박 31% 증가

5월 전체수출도 반등 힘들듯
“하반기까지 부진…내수 진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수출이 1∼20일 기준 두 달째 20%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탈출구 없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력 품목인 승용차와 석유제품 수출이 반 토막 났고,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가 수출이 줄줄이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수출 피해가 올해 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출 타개책과 더불어 내수 시장에 대한 지원도 최대한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세청이 21일 내놓은 ‘5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약 2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억8000만 달러(20.3%) 줄었다. 이달 1∼10일 증감률(-46.3%)보다는 감소 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마이너스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4월 1∼20일(-27.6%)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감소를 이어갔다. 조업일수 효과를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도 15억10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0.3% 적다. 수입은 약 230억 달러로 16.9%만 감소하면서 무역수지(수출액과 수입액 차이)는 -26억8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13.4%)와 선박(31.4%)은 플러스로 그나마 선방했지만, 승용차(-58.6%)와 석유제품(-68.6%)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덜 팔리며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다. 국가별로는 코로나19 진원지였던 중국이 -1.7%로 회복세를 보인 반면, 뒤늦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미국(-27.9%), EU(-18.4%)로의 수출은 여전히 부진했다. 일본(-22.4%)과 베트남(-26.5%)도 사정은 비슷했다.

월 중반까지 두 자릿수 하락이 지속하면서 5월 전체 수출 역시 예상대로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 분쟁 재개 조짐으로 2분기에 집중된 수출 부진이 올해 내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달 초 내놓은 ‘코로나19의 수출 영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 2분기 수출이 가장 큰 감소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달 기자간담회, 해외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마케팅 등 수출 지원책을 확대하는 한편 내수 진작책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 및 무역수지 마이너스가 최소한 올 하반기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시장 수요 부진으로 인한 수출 감소는 현실적으로 타개가 쉽지는 않은 만큼 내수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대안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진·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