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한민국 불공정 리포트>복지욕구 날로 커지는데… 증세에는 중산층이 가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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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보다 반대 의견 많아
‘국민적 합의’가 중요한 이유

복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세수 확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 시기에 가족에게 지워졌던 육아, 아동 및 노인 돌봄과 같은 의무가 이제 국가에 부여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이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의 확대 과정에서 공정성이라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연결된다. 첫째는 과연 현재의 복지 수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다. 둘째는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을 때, 소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문제다.

우선 현재 복지 수준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가 크다고 판단하는 등 사람들의 소득 격차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2019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 89%가 ‘매우 동의’하거나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정부가 소득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66.4%에 달했다. 정부가 실업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삶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57%에 이르며, 역시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빈곤한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문화일보와 공정성연구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복지 혜택 및 수급에 있어서의 불평등과 부정’에 대한 울분 또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지위가 낮은 서민들은 복지에 대한 욕구 및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복지의 개별 영역에 대해 사람들의 태도를 살펴보면, 사람들에게 가장 불만이 큰 영역은 ‘실업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잘 못 한다’는 응답 비율이 43%에 달한다. 이는 다른 의료, 노인 삶의 질 유지, 보육, 장애인 지원 등에 대한 태도에 비해 매우 큰 수치다. 실업과 같은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대응이 사람들의 가장 큰 복지 욕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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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복지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까. 이와 관련해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증세와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증세에 대한 의견이 충돌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조사 자료들을 살펴보면 여기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그림 1>은 2019년 복지패널 자료를 활용해 증세에 대한 태도가 소득수준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 것이다. 증세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장 반대하는 집단은 소득수준을 5분위로 나눴을 때 중하위 그리고 중위에 해당하는 집단인 소득 2·3분위임을 알 수 있다. 5분위 고소득자들보다 중산층 혹은 서민들이 증세에 반대하는 패턴이 나온다.

올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정기조사에서 나타난 <그림 2>와 같은 결과도 흥미롭다. 소득 상위 3분의 1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세를 할 때, 상위계층과 중산층이 이 재원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낮다. 즉 중산층까지가 부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소득층이 모두 부담하거나 모든 계층이 나눠 부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화일보와 공정성연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발견도 흥미롭다. 중산층 증세에 대한 찬성 정도는 주관적인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간쯤이거나 중간보다 약간 아래인 사람들에게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근로소득자 중 40% 이상이 근로소득세를 실질적으로 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증세로 인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과, 증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복지 혜택 중 어느 것이 클지 애매한 집단에서 증세에 대해 주저하는 태도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경제·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경제적 불안정성에 놓인 사람들의 복지 욕구가 큰 상태다. 그런데 중산층의 경우 증세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공정한 복지제도인지, 그리고 무엇이 공정한 조세제도일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