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정의연, 美와서도 동포사회 분열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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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위안부 피해자 인권단체 ‘CARE’ 김현정 대표

“현지단체들과 협력하기 보다
특정 성향 사람들하고만 활동

이용수 할머니에 공격은 비겁
진영 간 싸움 변질 안타까워”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미국에 와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하는 동포 사회를 분열시켰고, 서로 협력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위안부 피해자 인권 단체인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 김현정(51•사진) 대표는 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의연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일하다 보니 보편적인 인권 문제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를 정치화하고 축소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치매라거나 돈 욕심 때문에 나선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공격을 하고,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진영 간 싸움으로 변질해 안타깝다는 그는 “윤 의원은 정의연 활동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유화했다”고 덧붙였다. 대표 활동가인 이 할머니 등 위안부 운동단체들과 아무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그의 정계 진출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정의연은 미국에 ‘나비 모임’을 만들어놓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관련 일을 주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이미 성과를 낸 현지 단체들과 협력하기보다 ‘나비 모임’과만 폐쇄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나비 모임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억압과 차별의 벽을 깨트리고 희망의 날갯짓을 하기를 염원하는 상징물인 ‘나비’에서 따온 이름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연대 활동을 의미한다.

“정의연이 나비모임을 만들기 전에는 뉴욕과 워싱턴, LA 등에서 활동하는 위안부 관련 동포 단체들이 한마음으로 연대해서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121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순회강연과 각종 기념행사 등을 치러 왔어요. 위안부 문제가 미국에서 지지를 받으려면 외국 단체가 나서기보다는 현지 유권자와 커뮤니티가 정부와 정치인을 설득하는 것이 상식이에요. 그런 원칙에 따라 각 도시 공공 부지에 민주적 절차를 거쳐 기림비와 소녀상도 세운 것이고요. 그런데도 윤 의원의 지지자들은 윤 의원이 ‘121 결의안’을 주도했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고, 정대협이 미국에 와서 2013년 글렌데일 소녀상을 건립한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미주 동포들이 주류사회에 파고들기 위해 세워놓은 위안부 운동의 기준을 무너뜨리는 일이죠. ”

최근 정의연이 국민이 낸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 유용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김 대표는 “정의연이 그간 열심히 활동했다고 잘못이나 불법까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잘못이 있으면 고쳐야 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해서 더 높은 수준의 시민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검찰수사는 필요하지만, 정의연 사태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정의연 사태로 할머니들의 정신적 피해가 걱정된다”면서 지금까지 순수하게 위안부 운동에 헌신해 온 미주 운동가들에 대한 왜곡이나 폄하 등 부정적인 인식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한•일 학생 간 교류를 통한 교육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수요시위를 지난 30년간 매주 이끌어 온 것은 대단한 일이었고, 상징성도 매우 크지만, 일본 압박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교육 효과도 체계적이지 않다”며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7년부터 여러 차례 LA를 방문한 이 할머니의 통역을 맡은 계기로 CARE를 결성, 현재까지 미국에서 위안부 이슈를 알리고 일본 정부를 압박해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가족 이민으로 태평양을 건넌 그는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 민족음악과를 졸업한 후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