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협력·비핵화 보조 맞추라” 되풀이

文정부 교류협력 과속 경고하고
방위비협상 관련 압박수위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 비난 담화 등 연이은 한국 정부 비판 및 남북 경제협력 압박에 대해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위협을 이유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등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도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수혁 주미 대사의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 발언에 반박하는가 하면,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연일 한국을 압박하면서 한·미 간 의견 차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최근 대북 전단 살포 반발과 남북 경제협력 압박에 대한 문화일보 질의에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의 병행적 추진을 강조한 원론적 발언이지만, 북한의 잇따른 위협에도 이러한 원칙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완전 철거 및 남북군사합의 폐기 위협 등을 핑계로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에도 제동을 건 셈이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5일에는 이 대사의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발언한 데 대해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가 주미 대사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 논평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부족 등을 이유로 주독 미군 3만4500명 중에서 9500명을 9월까지 감축하라고 지시하면서 한국에도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SMA 협상에서 한국의 ‘유연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3일 “미국은 방위비 협상에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고 한국도 똑같이 해주길 요청한다”며 “(합의 지연 시) 주한미군의 중장기 준비태세가 계속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