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권 삭제’ 넘어 ‘명시적 금지’ 추진…‘회초리’에 법적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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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법제화 추진 배경·의미

아동학대처벌법 제정됐지만
학대신고 105%·後조치 165%↑
최근 사망아동도 132명 달해

법무부, 전문가 의견수렴 거쳐
민법 913조에 ‘체벌금지’신설

법무부가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친권자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법제화한다고 10일 밝히면서 유교적인 ‘회초리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통념과 관련 제도에도 대대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현행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문에 대한 해석을 두고 징계권을 마치 체벌을 합법화하는 근거 규정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물론 민법상 징계 표현이 있더라도 부모의 아동 체벌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등을 통해 아동 체벌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는 전혀 줄지 않고 되레 늘어나자 이번에 아예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자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 표현 자체를 아예 삭제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7791건에서 2018년 3만6417건으로 105.2%나 급증했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의심사례 중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이 내려져 조치가 취해진 경우 역시 같은 기간 1만27건에서 2만6604건으로 165.3%나 늘었다.

최근 5년간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의 수는 132명이다. 2014년 14명이던 사망 아동 수는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8년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은 28명이다. 아울러 아동학대 행위자별 발생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아동학대의 78.6%는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법무부는 체벌 금지를 민법에 명시화해 아동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으로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민법상 징계권 조항이 있다고 해서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권이 도출된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어 용어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 해당 조문에 ‘징계’를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이를 전격 수용해 아예 법제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가정과 학교 및 모든 여타 기관에서 체벌을 명확히 금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법무부는 관계기관과의 간담회,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이고 민법 제913조에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