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베스트셀러 ‘찐 비평’ 저도 읽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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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책 봤어?” “응, 당연하지” “와, 이거 읽었다는 사람 네가 처음이야.” 이 오글거리는 대화는 ‘옛날 옛적’ 제가 어떤 남자와 자주 연출하던 장면입니다. 당시 남자친구는 엄청난 책벌레였고, 저는 늘 들어본 적도 없는 책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책을 사서 읽고, 다음 만남 때 자연스럽게 화제로 삼곤 했습니다. 그런데 훗날 누군가 그랬습니다. “에이, 그분 그거 다 알아차렸을 거예요.”

알든지 말든지 그건 뭐 이제 됐고. 나는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 책이 주는 권위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 읽기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취향’뿐 아니라 ‘실력’도 함께 드러내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줍니다. ‘어떤 음악을 들었다’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자, 그리하여, 지금 여기, 우리가 ‘누구’인지 가늠하게 해줄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베스트셀러 28권을 완전정복한 ‘제가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한승혜 지음, 바틀비). “네, 그렇다면 저도 한번 읽어보죠”라고 응수하고픈 장난스러운 제목이지만 내용은 장난이 아닙니다. 아니, ‘장난 없이’ 신랄합니다. ‘언어의 온도’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82년생 김지영’ ‘아몬드’ 등등. 총 1400만 부가 팔렸다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책들에 대한 ‘찐’ 비평이 이어집니다.

과연 이 베스트셀러는 베스트북이라 할 만한가. 저자는 책들이 지닌 약간 ‘찜찜한 구석’을 파고듭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피상적 이야기” “대체 이 책은 무엇인가. 에세이인가, 격언모음집인가, 아니면 개그집인가” “개인적으로는 글쓰기 강의보다 마케팅이나 세일즈 강의 쪽을 더 듣고 싶은 마음이다.”

양서 만들기에 힘 쏟아온 책 관계자들에게는 ‘사이다’, 저자들에게는 비수처럼 날아와 박힐 말들입니다. 독자인 우리는 조금 단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독서가 ‘나’를 알려주는 행위라고 했을 때 나의 독서목록이 이 28권의 베스트셀러 범위 내에 있었다면 “나는 베스트셀러 취향이구나, 앞으로는 좀 더 독서력을 높여볼까?” 하고. 저자에게 공감한다면 자신의 독서력에 자신을 가지시면 되고요. 저자가 혹평한 책을 봤다고 큰일 날 일도 없습니다. 어쨌든 베스트셀러는 우리 시대의 코드를 안고 있으니까요. 만약 동의하지 못한다면 항의하세요(저 말고 저자에게).

끝으로, 책벌레 ‘그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네 덕분에 책 많이 봤다, 고맙다. 안녕.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