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그린뉴딜, 투자와 제도 개혁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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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에 대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선도형 경제, 저탄소 경제, 포용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그린뉴딜’을 ‘디지털뉴딜’과 ‘안전망 강화’와 함께 한국판 뉴딜의 3축 중 하나로 제안했다. 그린뉴딜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단순히 경제·사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성장 경로로 복귀시키는 게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기후·환경위기에 대응해 우리 경제 구조를 저탄소 친환경 성장 모형으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이상 올랐고, 2100년이면 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류 생존에 영향을 받는 마지노선인 1.5도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폭염·태풍·홍수 등 기후 재난의 규모와 빈도가 전례를 찾을 수 없이 커지고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와 함께, 자연과 인간도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는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과학자들은 제6차 생물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970∼2012년 중 개체군 감소율이 척추동물 58%, 육상생물 38%, 담수생물 81%, 해양생물 36%에 이른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도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미세먼지, 플라스틱과 같은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문제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 지는 이미 오래다.

세계는 이러한 기후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자와 제도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그린딜’을 자신들의 최우선 발전 전략으로 채택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하고, 경제와 사회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모든 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해 초, 탄소중립을 명시하고, 녹색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자원 동원 및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그린뉴딜 결의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애플·구글·BMW 같은 글로벌 기업은 자사용 전기는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녹색전환은 우리 경제의 기회이자 위기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50년 탄소 제로로 가기 위해서 매년 2조3000억 달러가 투자돼야 한다. 막대한 규모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정부의 그린뉴딜은 우리 산업의 녹색 경쟁력을 키워 세계의 녹색시장을 우리의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다. 반면, 녹색 전환에 뒤처지면 자동차·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들은 선진국들의 환경장벽(국경탄소세 등)에 막혀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또, RE100을 선언한 외국 기업들이 납품 업체에도 RE100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처럼 국내 재생에너지 전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크다.

올해 세계 경제가 전년 대비 6%, 한국도 1.2% 축소될 것으로 OECD는 전망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과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은 기존의 화석연료 의존형 경제 구조로 복귀돼선 안 된다. 그린뉴딜 계획은 대규모 투자와 전반적 제도 개혁을 통해, 우리나라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 녹색 전환의 첫걸음이자 마중물 역할이 돼야 한다. 그린뉴딜은 미세먼지와 기후를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혜택을 모두와 공유하는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이정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