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시설 용지개발 언급에… 태릉 ‘들썩’

미니신도시 가능성에 호가 상승
공공임대공급땐 외려 악재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하는 대신, 태릉골프장을 포함한 국공립 시설 용지 개발을 언급하면서 일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포함하면 약 2만 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가 들어설 수 있어, 인근 부동산 매수 문의가 늘고 호가가 뛰는 상황이다.

하지만 태릉골프장에 공공 임대아파트가 대규모로 지어진다면 오히려 일대 집값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등 뒤숭숭한 모습이다.

21일 구리갈매지구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들은 하루 전 태릉골프장 개발 소식이 알려진 이후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최근 군 유휴지 개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대 아파트 매수 문의가 늘고 가격이 뛰었다”며 “구리갈매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연초만 하더라도 5억 원대 후반에서 6억 원대 초반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호가가 7억 원부터 시작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 개발이 되레 일대 집값을 낮출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노원구·중랑구 일대는 아파트가 밀집한 베드타운인 데다, 대규모 공공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에는 개발 호재가 아니라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D공인 대표는 “태릉 일대는 아파트가 부족한 게 아닌데 왜 여기를 개발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인중개업계에 공공 임대아파트가 대거 들어선다는 얘기도 도는데, 그렇게 되면 일대 집값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개발하지 않는 대신 태릉골프장을 개발한다는데, 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주민들 대부분은 녹지를 지키고 싶어 하지, 새로운 아파트촌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탄천 유수지, 관악구 남현동 남태령 군 관사 등 개발 후보지로 떠오른 지역 일대의 부동산 시장도 태릉골프장 인근과 분위기는 비슷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 등이 유휴지 개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후보지 윤곽이 드러날 때마다 열기가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