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개헌? 특별법?… 민주, 추진방식도 ‘중구난방’

野와 합의 통한 특별법 로드맵
지도부는 일단 개헌 고려 안해

정세균 총리 “위헌 결정 치유”
당내에서도 “개헌 먼저” 목소리

차기 대선 쟁점화 겨냥 분석도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당내 ‘행정수도 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 및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내에서조차 확실한 공감대 없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갑자기 띄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관련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면 관습 헌법을 앞세운 2004년 위헌 판결이 문제 될 수 없다”며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 결단이고 여야의 합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내 TF와 국회 특위 구성을 통해 관련 법 개정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여야가 합의할 경우 헌법소원이 청구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 새 행정수도법에 대해 헌법 소원이 제기되면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으면 된다”면서 “2004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은 달라졌고 시대 변화에 따라 헌재 판결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는 국회 내 특위를 통해서 여야 간 합의를 통한 진행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며 “개헌을 전제로 하면 행정수도뿐 아니라 권력 구조나 경제 이슈를 묶어버려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먼저 이슈화시킨 원내 지도부에서는 일단 개헌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특별법이 아니라 개헌을 통해서 해야 한다”며 “법 개정보다 개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의원도 많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전날(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행정수도가 오래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았는데, 그런 부분이 치유되어야 완전한 수도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에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차기 대선, 개헌까지 염두에 두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이 차기 대선에서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계기로 개헌 문제까지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원포인트 개헌은 어렵지만, 차기 대선 주자들이 큰 틀에서 개헌안을 제시하고 그 일부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도 “차기 대선은 개헌이 최대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의 큰 틀을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도 이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다른 의견이 표출되면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불쑥 제시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야당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자 이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김병채·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