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리스크’ 시달리는 삼성…“다른 기업이면 이미 망해”

‘이재용 기소여부’ 48일째 표류
李부회장, 악재에도 현장 경영

재계 “수사심의委 권고 수용해
경영 불확실성 없애줘야” 비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에 대한 검찰 결론이 48일째 표류하면서 재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만 증폭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정기 인사와 내부 갈등에 맞물려 처분 시기와 최종 결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서 파생된 수사와 재판 여러 건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4년 전 프레임에 갇힌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달 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일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 중 하나다. 검찰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받아들이면서도 무혐의로 처리하지 않아 수사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말 검찰은 수사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결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채 한 달 넘게 침묵하고 있다. 2018년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사건 전까지 총 8차례 열렸는데 통상 1∼2주 안에는 검찰의 결론이 나왔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검찰이 기존 수사심의위의 8차례 결정을 모두 수용해 제도적 신뢰가 확보됐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가 제도를 만들었고 지난 2년간 제도적 신뢰성이 마련된 만큼 결론 도출 과정에 하자가 없다면 원칙대로 따라줘야 한다”며 “기업은 대내외 변수를 예측할 수 있어야 장기 투자 전략을 짜는데 미래 성장을 위해서라도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 차례 법원의 판단을 받은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사법 리스크를 제거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2018년 말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분식회계 수사가 이어지면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직원 110여 명은 430여 차례나 검찰에 소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에서 출발한 수사가 특검에서도 이미 수사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재계단체 한 관계자는 “조그만 기업이라면 2년간 고강도 수사로 경영을 접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같은 사건으로 한 차례 수감됐고, 파기환송심도 진행 중인 만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명단(매출 기준)에서 중국 기업 수가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한 반면 삼성전자 순위는 사법 리스크 와 반도체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해 15위보다 4계단 하락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현장경영을 다니면서 조직을 추스르는 중이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총 18차례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했다. 중국 등 경쟁업체에 쫓기는 반도체 사업장만 7차례 방문해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권도경·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