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도 부총리도 경제 現實 호도, 국민을 바보로 아나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허언(虛言)이 상습화하는 것 같다. 고용이 매달 최악 기록을 갈아치우는데도 “개선”, 본질을 외면한 채 특수한 지표 한두 개로 “선방”이라고 우긴다. 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태연히 그런 주장을 한다. 거짓말도 백 번 반복하면 믿게 할 수 있다, 99%의 거짓에 1%의 진실을 섞으면 더 효과적이라는 ‘선동의 법칙’을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홍 부총리는 12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에 맞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월부터 고용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취업자 감소 폭이 4월을 저점으로 석 달 연속 줄어들고 있다’는 식이다. 통계의 한쪽 면만 들여다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고용동향의 통계 자료를 보면 7월 실업자 수는 113만8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다. 실업률도 4.0%로 20년 만에 가장 높다. 취업도 실업 상태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조차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6·25 이후 최악 국난(國難)이라던 외환위기 수준이다. 정부 통계도 이 지경인데, 도대체 뭘 보고 나아진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하루 앞서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숫자 자체는 맞지만, 이번 OECD 자료는 정기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나온 것으로, 다른 대다수의 나라 성장률은 지난 6월 전망치를 그대로 놔둔 채 이번 보고서 대상 국가들 전망치만 업데이트한 것이다. 동일 기준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어쨌든 한국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순전히 기업의 악전고투와 수십 년 축적된 의료 경쟁력 덕분이다. 기업들은 지금도 온갖 반기업 정책을 극복하면서 수출과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충격 이전인 지난해 한국 성장률은 미국 성장률에도 뒤질 정도로 악화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기조는 그대로이다. 정부 잘못을 성과로 뒤바꾸는 능력 하나는 세계 최고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