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첫 메이저 ANA인스피레이션 ‘3중고’

코로나 방역·45도 폭염에 산불 연기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이 전례 없는 악조건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ANA인스피레이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5개월 연기된 1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개막된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전부터 ‘3 중고’를 겪고 있다. 개막 직전 영국의 찰리 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출전이 무산됐다. 조직위원회는 무관중 경기로 치르며 특히 선수와 캐디의 안전을 위해 방역을 강화했고 출전자들은 이에 따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날씨 역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막 지역인 대회장은 현재 혹서기이며 45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예보다. 이에 따라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차 문 손잡이가 뜨거워 손이 델 정도”라며 “일요일에 길에서 음식을 먹는데, 마치 사우나에서 뜨거운 걸 먹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연습 라운드에서 출전자들이 양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그리고 대회장 북서쪽 캘리포니아주 남쪽 엘도라도 산불이 진화되지 않아 대회장 인근 코첼라밸리로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캐한 연기가 대회장 일대를 뒤덮고 있다. 지난 4일 인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쪽 숲에서 시작된 산불은 서울의 14배 크기를 태웠으며, 진화 작업은 더디다. 공기 질 악화로 두통을 호소하는 선수도 나오고 있다.

조직위는 무거운 백을 들고 다니는 캐디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카트 탑승을 허용하기로 했다. 박성현은 “나를 돕는 캐디는 카트에 타기보다 걷기를 원하고 있어 좀 더 의논한 뒤 (카트 탑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PGA투어 운영책임을 맡은 헤더 댈리 도노프리아는 “선수와 캐디의 안전을 위해 의료진과 협의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