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價 고집→유찰반복→짧은 공급준비… 정부가 불안감 키웠다

- 독감백신 무료접종 중단 사태

1도스당 8000원대 가격 요구
제약사와 1000원 가량 의견차
공급계약 1개월 더 늦어져
시간 쫓겨… 유통업체검증 실패

올해 정부가 지난해보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업체를 1개월 늦게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 수준의 단가를 고집하다 업체 낙점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유통 역량의 검증 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가운데 백신 상온노출로 인한 접종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의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이 백신을 다루는 일선 제약사들로부터 공급확인서를 받아 질병청과 공급계약을 최종적으로 맺은 날짜는 지난 4일이다. 2회 접종 대상인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접종이 지난 8일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불과 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공급이 진행된 셈이다.

반면 지난해에는 백신 무료 접종이 10월 15일부터 개시됐음에도 최종 공급계약은 7월 30일에 체결됐다. 따라서 올해 접종 일정은 더 당겨지고, 공급계약은 1개월도 더 늦게 이뤄졌던 것이다.

올해 공급계약 체결이 늦어진 것은 독감 백신 1도스당 8000원대 가격을 요구한 정부가 최소 9000원 후반대의 단가를 기대한 제약사와 기 싸움을 이어가면서다. 제약사들은 이번 계약 대상인 4가 백신이 올해 처음 무료 접종 백신으로 선정된 만큼 올해 체결 가격이 기존 민간에 공급하던 가격과 지나치게 차이가 날 경우 향후 일선 의료기관 등과의 계약 시 불리해질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민간에 공급된 4가 백신 단가는 1만 원을 넘어간다. 하지만 정부는 8000원대를 끝까지 고집했다. 결국 낙점된 공급업체가 제약사들로부터 공급계약서를 받지 못해 유찰되는 과정이 반복되다 9월 들어 최종계약이 이뤄졌다. 의약계에서는 정부가 공급 단가를 고집하다 선정 업체의 유통 역량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신성약품이 유통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꾀하다 상온노출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