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상 징벌적 손배 확대하려면 형사처벌제도 함께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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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집단소송 위헌소지”

소송 참여 안해도 배상해야
“기업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
재산권도 과도한 침해 우려”

법무부가 23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소지가 큰 개정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상 불소급 원칙 및 이중처벌금지 원칙 등에 반할 수 있고 국내 법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반기업적 시민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중심의 손해배상 소송이 난무하면서 ‘소송 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위헌 논란에도 오는 28일 입법 예고 후 4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오는 11월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태세여서 관련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24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놓고 △이중처벌 금지 및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송 미참여자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받게 돼 기업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 △헌법상 불소급 원칙 위반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 법조계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해 적용하게 되면 과징금과 형사처벌에 더해 사적 집행수단인 민사소송까지 이중처벌 금지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높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는 형사처벌보다는 민사로 과도한 배상책임을 물리는데 이는 손해배상에 이미 징벌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며 “민사 부문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려면 기존 형사처벌 제도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재판 결과에 따라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피해자나 기업 모두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전제한 현직 부장판사는 “소송은 당사자 신청주의인데, 소송을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주는 것은 기업의 방어권 행사, 즉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사소송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법무부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적법하게 성립한 행위를 사후에 제정된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불소급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부는 “피해구제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침해적 소급 시도’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법안으로 우리나라가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만연하는 이른바 ‘소송 쇼핑센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기업 성향의 진보시민단체나 민변 등을 중심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난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것보다 손해배상을 유도해 돈을 받아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으로 경제활동에 상당한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윤정선·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