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前 확진 백악관 직원에 전염? 트럼프 감염경로·시기 오리무중

방역 무너진 대법관 지명식
백악관, 접촉자 관리도 부실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대법관 지명식이 ‘슈퍼 전파 행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3주 전에 백악관 상주 직원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백악관의 부실한 방역 대응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 상주 직원 2명이 약 3주 전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와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지명식에 앞서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확산을 막으려는 준비 속에 광범위한 계획과 절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NYT 등 미 언론들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식이 CDC 지침이 거의 지켜지지 않은 ‘슈퍼 전파 행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이 행사에 참석했던 최소 7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기 때문으로, 당시 사진을 보면 150여 명이 참석한 야외 행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야외 행사 후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등에서 배럿 지명자와 그의 가족들, 일부 공화당원과 시간을 보냈다. 당시 참석했던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마이크 리(공화·유타) 상원의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지명식에 참석한 후 음성 판정을 받았던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이날 갑작스럽게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열렸던 선거자금 모금 행사도 또 다른 ‘슈퍼 전파 행사’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뉴저지의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행사를 주관했으며, 행사 참가자들과 실내에서 원탁회의를 갖고 사진 촬영을 했다. 현재 백악관이 방역 당국에 통보한 참석자만도 200여 명에 달해,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진 뉴욕 인근 지역의 재확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단 감염 사태 속에서 백악관의 접촉자 추적과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대법관 지명식 참석자는 블룸버그통신에 개인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백악관 관계자들로부터 아직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