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정권의 新특권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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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노멘클라투라 닮은 정권 實勢
겉으로는 공정, 뒤로는 특권
외교장관 남편 요트 사러 美行

법무장관은 밥 먹듯 거짓말
북한軍에 국민 죽어도 덤덤
국민보다 우리 陣營이 먼저

소련이 붕괴할 즈음 특권 관료계층인 ‘노멘클라투라’의 부패와 타락은 극에 달했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차르와 귀족 세력이 축출된 자리에 공산당 간부, 기술자, 관료 등이 공백을 메꾸었는데, 이들은 점차 특권의 성(城)을 쌓아갔다. 권력과 금권을 장악하고 자녀들에게 세습했다. 공산당 간부 명단인 노멘클라투라는 특권계급을 일컫는 용어가 됐다. 이들은 겉으로 반미(反美)를 외치며 레닌 어록을 줄줄 외웠지만, 뒤로는 자본주의 사치품을 수입해 즐기고 자녀들은 서유럽과 북미 고급 사립학교로 유학을 보냈다. 조지 오웰은 소설 ‘동물농장’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고 묘사했다.

소위 ‘촛불 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런 노멘클라투라 버금가는 ‘신(新) 특권 계급’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는 반미·반일·친중을 외치면서도 자신은 물론 자녀들도 미국과 유럽 등지로 보내 유학을 시킨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강남에 집 한두 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입만 열면 공정·정의·평등을 외치지만 이것은 일반인들의 기준일 뿐이고 자신들은 ‘우리는 남달라’하는 특권 의식이 생활화돼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자신과 남편, 자녀들 모두 미국에서 공부했다. 장관 임명 때 이중국적, 위장전입 등이 문제가 됐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집이 3채임에도 국무총리의 매각 요구에 강 장관은 미동도 않는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에게 해외 방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는데, 정작 남편인 이일병 씨는 미국에서 2억 원대 요트를 사서 여행하기 위해 당당히 출국했다. 정부의 방역에 방해하는 국민을 ‘반(反)정부’라고 강하게 비난하던 강 장관은 “송구스럽지만 남편에게 귀국 요청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부적절하다”던 여당도 강 장관의 해명에 “그 정도면 됐다”는 식이다. 그들보다 더 필생의 소원으로 해외여행을 준비했다가 포기하거나 연기한 국민도 많은데, 그런 사람만 바보가 됐다.

아들 병역 특혜 의혹과 거짓말 비난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되레 야당과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보좌관에게 아들 부대 장교의 전화 번호를 전달해주고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것을 어떻게 ‘지시’라고 할 수 있냐고 하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아픈 아들이 군대를 가준 것도 대단한데 휴가 며칠 더 갔다고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국민을 개·돼지나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보지 않는다면 이렇게 국회에서 27번이나 거짓말을 하고도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략가인 로저 스톤이 “공격 또 공격하라. 절대 방어하지 말라.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걸 부인하라”고 했다는 ‘스톤의 법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인물이 추 장관이다.

말로는 죽창가로 반일 민족주의 폭풍을 불러일으키려 했던 조국 전 장관은 자녀 둘을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교육시켰다. 자녀들의 국내 학교 입학 과정에 표창장, 인턴 증명서 등 온갖 특혜를 누렸다. 그런데도 ‘조국백서’ 저자들은 조 전 장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핵심은 학부모와 학생의 도덕성이 아니라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매개로 맺어지는 연줄”이라며 한국사회의 계층구조와 입시제도 탓을 하고 있다. 실존하는 네트워크를 누렸을 뿐인데 개인에게 잘못을 물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사람 되기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는 어느 영화 대사가 무색하게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 정권의 실세들은 궤변과 뻔뻔함, 내로남불로 무장한 괴물이 돼 버렸다. 야당 시절 ‘명박산성’ ‘근혜산성’을 반헌법적이라고 비난하던 문 대통령은 개천절 광화문에 펼쳐진 ‘재인장성(長城)’에는 “빈틈없이 차단했다”고 격찬했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고 하듯이 그렇게 적폐라고 몸서리쳤던 과거 정권의 나쁜 행태를 그대로 빼닮고 있다. 세월호와 낚싯배 사고 희생자들에겐 그렇게 추모 의식을 하면서 북한군에 사살되고 시신까지 훼손된 우리 공무원은 닷새가 지나서야 겨우 직접 유감을 표했다.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놓고 ‘계몽군주’가 지배하는 북한군에 사살된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다. 정권에 도움을 준 ‘가·붕·개’는 추모하지만, 나머지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세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