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영전인사로 검사 길들일수 있다는 ‘秋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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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기 사건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박순철(56·연수원 24기)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해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박 지검장의 사의가 충격적인 것은 언론에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됐던 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밝혔듯 ‘26년 동안 검사생활을 했던’ 법률전문가인 박 지검장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강하게 소신을 피력했다.

추 장관 입장에서 보면 박 지검장 사태는 ‘인사 참사’다. 박 지검장을 지난 8월 대형 사모펀드 사기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서울남부지검장에 과감하게 앉힌 것은 전적으로 추 장관의 의지다. 박 지검장은 현 여권의 실세인 친노 세력이 정권을 잡은 참여 정부 시절에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의 요직을 거쳤다. 직전까지 의정부지검장에 재직하면서 윤 총장의 장모를 은행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그의 수사 전력과 보직 이력을 감안하면 당연히 ‘추 사단’의 핵심 멤버, ‘반윤석열 검사’로 보이게 했을 것이다. 더구나 여권 내에서는 ‘검사가 충견이 될지, 맹견이 될지는 주인에게 달려있다. 승진을 당근으로 주고, 감찰을 채찍으로 휘둘러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박 지검장이 사퇴사에서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을 다해온 그저 검사일 뿐”이라고 말했듯 그는 범죄 혐의가 있다면 죄를 따지고, 혐의가 없다면 죄를 묻지 않는 검사다. 그 커다란 원칙에는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예외가 없다. 물론 본보도 그를 권력과 부귀를 좇는 정치검사로 오해한 측면이 있다. 지면을 빌려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이해완 사회부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