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秋 경질이 펀드수사 신뢰 회복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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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라임·옵티머스 게이트’는,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나 금융 사기로 5000여 명에게 2조6000억 원 상당 환매 중단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실세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부당이득을 제공한 의혹으로 확대됐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모 씨는 청와대 당시 정무수석에게 5000만 원을 건네도록 했다고 법정 증언까지 했다.

또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내부 문건에는 이○○(전 문재인 대선후보캠프 금융정책특보) 옵티머스 대표와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 정부·여당 인사들이 펀드의 설정·운영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기재되고 청와대와 여당 실세로 보이는 다수의 명단이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관련 횡령사건 수사 중 출국금지 되기 전날 문 대통령을 따라 출국한 후 2년 반이 지나도록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아 법무부가 미국과 범죄인인도청구를 조율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의 지분 9.8%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옵티머스의 자금세탁 창구로 지목된 페이퍼컴퍼니의 지분 50%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금융 피해에 대한 수사는 물론, 정·관계 실세가 금융 사기에 이용되고 범인들을 비호한 의혹이 있는 만큼 그 진상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가 그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이제 수사 검사를 증원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위 옵티머스 내부 문건은 가짜라고 단정 지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장관은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대해서는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김 씨의 최근 옥중서신을 근거로 그 내용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해 보기도 전에, 김 씨의 야권 정치인 및 검사에 대한 로비 진술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구실로 수사팀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말라는 취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대해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야권 정치인에 대한 로비 진술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고, 검사에 대한 로비 부분은 위 옥중서신에서 처음 언급해 듣게 된 내용일 뿐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근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사임했다.

검찰총장이 검사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검찰청법에 따른 권한이자 의무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할 수 있는데, 이는 검사 사건 처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검찰권 행사의 위법이나 남용 시정을 위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또한,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위 지휘는 불법이고, 자신이 속한 여당이나 정권에 대한 수사도 지휘하지 못하게 한 편파적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의 이러한 불법 지휘 아래 이뤄지는 수사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으므로 라임·옵티머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은 법무부 장관의 경질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검찰총장도 검사이므로 검찰청법에 따른 이의제기권을 행사해 라임자산운용의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 의혹 진상도 철저히 규명되도록 수사지휘해야 할 임무가 있다. 검찰총장으로 남아 있는 한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