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檢 지휘·감찰 남용은 민주주의 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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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취임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 3회, 지휘권 2회, 감찰권 3회를 행사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횟수도 횟수려니와 권한 행사의 이유나 근거가 모호하고 심지어 남용 가능성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처럼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인정한 독일은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만 행사됐다. 그만큼 예외적으로만 인정된 것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검찰 인사는 법무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지만, 법무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는 형식적인 협의가 아니라 합의에 가까운 실질적 협의를 의미하며, 역대 검찰 인사는 모두 그렇게 이뤄졌다. 그러나 추 장관은 취임 후 3회에 걸친 검찰 인사에서 검찰총장과의 실질적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채널A 기자의 불법 취재사건에 윤석열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됐다는 사기피의자 지모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시켰다. 결정적 증거라는 녹취록에서도 한 검사장의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고 다른 증거도 없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조차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사기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해 ‘검언유착’이라며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추 장관에 의해 임명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한 검사장을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 권한 행사의 위법성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윤 총장은, 위법하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추 장관은 이미 두 차례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검언유착’ 사건과 ‘라임 검사 로비 의혹’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은 물론, 그의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문제는, 라임 사건의 지휘권 박탈도 진실성이 의심되는 사기 피의자의 옥중편지를 근거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 직후 추 장관은, 옵티머스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전격 지시했다. 옵티머스 사건의 감찰 지시서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사건 이후의 인사 결과나 개인적 친분 때문에 감찰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헌정사상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할 근거로 합당한 내용인가.

이처럼 추 장관은 지난 10개월 동안 예외적으로 허용된 모든 권한을 두세 번씩 행사해 윤 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권한 행사의 주된 근거가 구속된 사기 피의자들의 옥중편지라는 점이다. 관련된 인사들 모두 그 내용의 신빙성을 부정했고, 심지어 추 장관이 임명한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윤 총장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직까지 했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오로지 사기 피의자들의 주장만 수용했다.

참다 못한 검사들의 항의성 주장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커밍아웃을 환영한다며 보복 인사 조치를 예고했다. 이것이 두려워 숨죽이고 엎드리는 검사라면 그는 부적격이다. 이것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공정이고 정의인가. 역사는 현 집권 세력이 민주주의를 죽였다고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