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민주’ 이름 무색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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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만든 법과 규정마저 고치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을 바꿔 내년 4월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다. 3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고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이던 2015년 7월 만든 규정이다. 문 대표는 당시 ‘당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번에 통과된 혁신안, 또 앞으로 나올 혁신안은 우리 모두에게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힘들면 힘들수록 우리 정치와 국민에게 좋다는 사명감으로 현실을 실천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모두 자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잘못으로 보선을 치르게 되자 민주당은 곧바로 고통을 외면했다. 이낙연 대표는 “후보 공천으로 시민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선거 승리가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논리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기 전부터 민주당은 11월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마쳐야 한다고 못 박았다. 오는 13일 예정된 두 번째 회의에서 후보군이 좁혀지지 못한다면 개정 절차에 들어갈 태세다. 여당은 후보 추천위 의결 조항을 ‘위원 7명 중 6명 이상’에서 ‘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를 추천할 수 없는 현 규정을 바꿔서라도 일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이라는 조항은 여당이 만들었다. 지난해 공수처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정권 입맛에 맞는 사찰 기구를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넣었다. 문 대통령도 민주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의 출범 지연을 이제 끝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제21대 국회 개원 협상 때부터 독주하고 있다. 여당은 원 구성 협상에서 한 발도 양보하지 않았다.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고,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다른 정당에서 배출하는 등의 국회 관례는 무시됐다. 야당이 거세게 항의했으나 민주당은 법에 따라 개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했고, 공수처법 개정은 국회법 절차에 따른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의 당당함 앞에서, 신당서(新唐書)의 위인설관(爲人設官: 사람을 위해 일부러 벼슬을 마련함)에서 유래한 위인설법(爲人設法: 특정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듦)이라는 금언(金言)을 들어 비판하는 것조차 어색할 지경이다. 여당은 가히 수(數)의 위력을 앞세워 자당을 위해 법을 바꾸는 경지에 이르렀다. 목표만 강조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과연 ‘민주’라는 이름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