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란인데…대통령 수행하려고 부동산 회의까지 연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현장 방문 및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해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정됐던 대책회의 하루 연기
“부동산 포기했나” 여론 싸늘

이낙연 “정책패착” 인정에도
김현미 “저금리탓” 변명 일관

“정부 아무것도 안하는 게 도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보다 ‘보여주기식’ 대통령 행사를 챙기는 행보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시장을 무시하고 각종 규제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전국적인 전세대란을 촉발한 정부·여당이 “죄송하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근본적인 대책에는 신경 쓰지 않는 행태에 대해 시민사회의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한 모습이다.

18일 홍 부총리는 당초 예정돼 있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일정을 19일로 미루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의 바이오 산업 현장 방문 및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동행했다. 평소라면 ‘한국판 뉴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대통령 행사에 부총리가 참석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비규제지역의 아파트값 폭등과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전세·월세난으로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관련 회의를 뒤로했다는 데 대해 불만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주요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홍 부총리의 이번 행보에 대해 “부동산 정책을 포기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에도 당초 예정됐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취소한 바 있고, 주변에선 “정부가 뾰족하게 내놓을 대책이 없어 회의까지 미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부총리의 이번 대통령 행사 동행 역시 특히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부동산 관련 발언들과 맞물려 분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을 전세대책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다.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텔방을 활용해 전세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발언은 현 정부의 대안이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임대차 3법이 지금의 전세대란을 불러왔음에도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을 내세우며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전세대책 수립 과정에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정책기조 변화 없이 전세물량을 공급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건 의미 없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다. 전세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가 이 같은 물량 자체를 확보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었다. 불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겠다고 정부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란 비판도 나왔다.

정부 고위층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기획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부동산 문제로 국민이 고통받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보였음에도 “집값 상승은 저금리 때문(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제도 시행의 과도기적 상황(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잇단 발언은 여전히 현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풀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정책 시행으로 발생한 시장 혼란에 대해 정부가 ‘잘못했지만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민·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