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길에서 만난 세상>홍콩·싱가포르의 여행 실험 ‘트래블 버블’

홍콩과 싱가포르가 22일 사실상 첫 ‘트래블 버블’을 시작합니다. 비록 제한된 숫자지만, 두 나라 여행자들이 자가격리 없이 상대국가를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국가 간 필수 출장에 대한 조건 완화 움직임이야 이전에도 있었지만, 진짜 여행자를 상대로 ‘격리 없는 여행’을 적용하는 본격적인 사례입니다.

사실 두 나라는 문화적으로 너무나 비슷해서 단순 여행 수요는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얘기를 보면 트래블 버블 대상은 국적을 불문하는 듯합니다. 싱가포르 혹은 홍콩에서 최근 14일간 연속으로 체류했다면 누구나 상대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것이지요. 두 나라에 보름 이상 머문 한국인들도 적용 대상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출발 7일 전 검사요청서를 제출하고 비행기 출발 72시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음성 결과지를 제출해야 하며, 상대국가 도착 즉시 코로나 검사를 또 받아야 합니다. 돌아올 때도 출국과 입국 시 두 번 더 검사를 받습니다.

트래블 버블 여행자를 위한 항공편 운항은 하루 1회, 정원은 200명입니다. 우선 1대로 시작했다가 별문제가 없으면 오는 12월 7일부터 항공편수를 2대로 늘릴 예정이랍니다. 감염자가 급증하면 항공기 운항이 즉시 중단됩니다. 한 나라라도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7일 평균 5명 이상 나오면 2주 동안 운항을 중단한 뒤, 확진자 숫자가 5명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건 여행의 방식이었습니다. 단체관광객처럼 가이드를 두고 일정 부분 개인행동을 제한하거나 특정 호텔이나 식당만 이용해야 한다든지 하는 수칙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여행자는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앱으로 동선을 체크합니다만, 홍콩은 싱가포르에서 온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 비록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하는 여행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할 수 없었던 여행입니다. 두 나라의 트래블 버블이 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를 기원합니다. 여행을 잃어버린 여행자들도 여행자이지만, 어디가 끝인지 모를 어둡고 긴 터널 속에 갇힌 여행업계에 손톱만 한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