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감염원 추적방식 놓고 ‘이중잣대’ 논란

전문가들“민노총 집회, 최근 확산세 유인 가능성”… 당국은 “연관성 없다”

방역당국은 지난 주말 민주노총의 전국 동시다발 집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석 달 전 대규모 확산 원인을 광복절 집회로 규정하고 참석자 색출을 위해 위치정보 조회까지 동원했던 것과는 상반된 대응으로 앞으로 진보진영에서 다시 대중집회에 나설 경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집회는 감염 확산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잠복기를 고려하면 민주노총의 지난 주말 집회가 최근 대규모 확산에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집회에 참석한 뒤 카페를 방문해 코로나19가 발병될 경우 어디서 걸린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방역당국이 단정적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가장 위험한 조처”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주노총 집회 이후, 향후 잠복기를 고려한다면 추가 확진자가 더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평균 3~4일의 잠복기를 고려할 때 정부가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감염원 추적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날 서울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을 두고 전국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민주노총 집회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지난 8월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와 관련된 집단감염의 영향”이라고 분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교수는 “민주노총 집회가 연관성이 없다고 규정한다면 광화문 집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며 “특정 집단을 마녀사냥하는 식의 방역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