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ep Question - 국가의 귀환인가, 연대의 출현인가 >“北 개혁·개방 통제해도 노출될 수밖에… 독재체제 변화 일 것”

■ 북한의 향후 30년은

북핵 협상 지지부진할땐
체제 전복의 毒 될수도
김정은 건강 이상 변수

1990년대 초반 동구권 붕괴에 이어 북한 또한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을 때 ‘북한 붕괴’를 예측하는 국내외 전문가가 적지 않았지만, 30년이 지난 2020년 김정은 체제는 공고하다. 30년 후 북한 정권의 생존 전망에 앞서 과거 30년을 되돌아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초 군부 장악을 시작으로 권력을 공고히 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또한 집권 초 ‘집단지도체제’ 등장을 예상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권력기반을 더 다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30년도 군부를 통제하며 독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1990년과 달리 2020년의 북한은 핵을 갖고 있다. 국제사회는 30년 전 존재감 없던 북한을 위협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선택한 핵무기지만, 국제사회가 정상국가가 아닌 북한의 핵을 용인하기는 어렵다. 핵은 북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제난 속 내부 버팀목은 군 = 북한은 2017년 잇따른 미사일·핵 실험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4차례 강한 제재를 받았다. 이후 유류공급 제한 및 노동자 파견 금지, 수출금지품목 확대 등의 여파로 내부 산업 시설 가동률은 줄어들고 외화 수입 또한 상당수 막힌 상황이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일각에선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0%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상국가였다면 주민들이 들고일어났겠지만, 북한 내부에 동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체제를 지키는 군의 존재 탓이다. 북한은 군이 노동당의 당적 통제를 받으며, 야전부대의 주요 직위까지 정치 장교들을 배치해 군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지도부를 지키는 최정예 부대인 평양방어사령부와 호위사령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이 단기적으론 정권기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론 체제를 흔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과거 고난의 행군까지 겪었던 북한이 당장 경제난을 겪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오히려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의 주민들이 자유주의 영향을 받아가는 국제사회 기류가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쳐 내부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호우 피해 지역에 대한 시찰을 늘리는 것 또한 내부 동요를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또한 권력세습체계인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긴 건강 이상 등의 문제는 체제 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핵 개발 끝은 어디로 가나 = 김정은 위원장은 내적으로는 군부를, 대외적으론 핵을 통해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을 포함해 자유주의 진영의 공격에 노출된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반면 핵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경우, 제재의 장기화로 내부 부담으로 연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보유국 위치를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2차례 정상회담을 벌이며 국제사회에 등장했지만,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는 실무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협상 상대가 바뀐 만큼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던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재개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경우 체제 전복이란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30년 전 냉전 막바지에는 자유주의진영에서 북한에 관심이 없어 김일성 정권 또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미국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갖고 국제사회를 협박하는 북한의 행태를 계속 용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극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비핵화의 절차를 밟더라도 체제에 부담을 주는 개혁·개방에는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비핵화 과정에서의 개방과 국제사회에서 제기될 인권 문제는 김정은 체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제한된 개혁·개방으로 내부를 통제한다고 해도 북한 내 정보통신 등의 발달로 장기적으론 결국 변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독재체제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