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찍기 우려에…집단감염 확진자 20% 증상 7일후 판정 받아

11월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첫 확진자 중 20%는 증상 발현 후 양성 판정까지 7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역 허점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진단검사가 하루 만에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확진자의 상당수가 최소 5일 이상 방역망을 벗어났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와 사회의 ‘낙인찍기’로 인해 감염의 심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생존자의 40%는 차별을 우려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대응 과정에서 한 번씩 코로나19 유행의 원인을 특정 집단에 돌리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 8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도의 광화문 집회 이후 관련 확진자가 등장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나서 이를 지목해 비판했다. 앞서는 5월 이태원 지역 중심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당시 방문업소 이름을 공개하는 등 정보 공개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탓에 성소수자에게 과도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도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공직자에게 공직기강 해이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공직자 사회를 대상으로 또 한 번 낙인찍기의 공포를 키운 것이다.

최근에는 한 금융회사에서 사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경위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등 사회에서도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낙인찍기와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11월 중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 118건의 첫 환자 진단 소요일을 살펴본 결과 23건(19.5%)에서 증상 발생 후 확진까지 7일 이상 소요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 낙인찍기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감염 자체보다도 감염 이후 주변인과 사회의 시선이 더 두려워 검사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