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결국 코로나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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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일간지 엘문도와 화상 인터뷰

“‘살인의 추억’ 진범 봤을때
너무도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난 수줍음 많고 우유부단해
이런 성격의 애매 모호함이
내 영화속에도 투영되는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결국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2019)의 봉준호(사진) 감독이 “많은 사람이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라며 이 같은 낙관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봉 감독은 지난 27일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때때로 내가 얼마나 낙관적일 수 있는지 놀랄 때가 있다”면서도 “친구들에게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데, 영화관은 다시 꽉 찰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코로나19가 곧 한발 물러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게다가 우리는 백신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오히려 봉 감독이 올 한 해 가장 무서웠던 장면으로 꼽은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대형산불이었다. 봉 감독은 “‘자연이 인류에게 복수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꽃이 모든 것을 삼키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두려움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관중 없이 텅 빈 축구 경기장에서 유럽 주요 리그와 K리그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이 소재로 삼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특정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신문에서 그의 얼굴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이상했다”며 “형사, 기자, 피해자 가족 등을 인터뷰했지만 유일하게 인터뷰하지 못했던 사람은 살인자였다”고 털어놨다.

엘문도는 “봉 감독에게 2020년은 코로나19의 해일 뿐만 아니라 영화 ‘기생충’으로 할리우드에서 승리를 거둔 해”라고 평가했다. 봉 감독은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거머쥐었다. 엘문도는 ‘봉 감독의 작품은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고, 농담과 모욕의 경계를 걷는 등 모든 것이 모호하다’고 지적하면서 봉 감독에게 실제 성격은 어떻냐고도 물었다. 이에 봉 감독은 “수줍음이 많고 우유부단하다”고 자신을 묘사했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가 가진 이런 영구적인 난제가 내 영화 속에도 투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2021년의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영화를 많이 만들 것이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