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오전까지 “성추행 의혹 대처”… 40분후 심경 변화 극단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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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피소사실 유출의혹 수사결과

“공개되면 시장직 던지고 대처”
비서실장과 독대하며 말해
주위에 “피해자와 4월前 문자
문제될 소지 있다” 언급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채 지난 7월 극단적 선택에 이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 전 텔레그램 대화를 통해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등의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한 경찰은 그의 직접적인 사망 동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박 전 시장의 사망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30일 서울북부지검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던 7월 9일 오전만 해도 성추행 의혹에 대한 ‘대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15분∼10시 5분 비서실장과 시장 공관에서 독대하면서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은데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40분 정도 지난 오전 10시 44분에 공관을 나서면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겼다. 비서실장과 독대한 후 혼자 남은 박 전 시장의 심경이 대처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돌아섰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오후 1시 24분 시장 특보에게 텔레그램으로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오후 1시 39분에는 비서실장과 통화하면서 “이 모든 걸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오후 3시 39분에 신호가 끊겼다.

검찰은 박 전 시장에 대한 피해자 고발 사실의 청와대 및 수사기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국회의원, 시장 특보 등을 거쳐 피소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시장 특보가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묻자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시장 특보가 재차 “4월 (비서실 동료의)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고 묻자 박 전 시장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오후 11시쯤 박 전 시장은 공관에서 시장 특보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