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종결권 쥔 경찰, 권력비리 덮어주고 인권·민생 사건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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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권한 경찰 중립성 논란

박원순 성추행 ‘공소권 없음’
윤미향 측근 사망 서면조사만

정인이사건은 세차례 신고에도
겉핥기 부실 수사로 내사종결

수사종결권을 거머쥔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을 비롯해 각종 비리 수사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역량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명실상부한 권력기관으로 재편된 경찰에 대해 “역량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덩치만 키웠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26일 검경, 법원 등에 따르면 경찰의 봐주기 내사종결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찰은 지난달 박 전 시장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성추행 실체를 규명하지 않은 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경위를 수사한 검찰은 그가 사망 전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등 사실상 성추행을 시인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측근에게 보낸 사실을 밝혔다. 법원도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그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차관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은 피해자가 폭행 정황이 담긴 증거 영상을 제시했음에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이 차관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종결했다. 서울경찰청 지휘부도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은 없었다”고 공언했다. 이후 검찰이 영상을 확보하자 경찰 지휘부는 “현장 경찰의 미보고”를 운운하며 부랴부랴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와 별개로 경찰은 “검찰이 같은 사안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 차관 사건 재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인이 사건’에서는 아동학대 정황 신고가 3차례나 있었지만, 경찰은 내사종결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해 오다 결국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학대의 주범으로 지목된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양부의 학대 혐의를 일부 추가하고 양모의 혐의는 살인죄로 변경했다.

검찰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을 90일 동안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90일이 지난 후에도 명백한 증거·사실, 허위·위조 정황이 발견되면 검찰은 언제든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청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지난 10일 기준 재수사 요청이 이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이 같은 보강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