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김희갑·양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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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한겨울 추위 속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대중가요 명곡으로, 조용필이 불러 1985년 제8집 앨범에 담은 ‘그 겨울의 찻집’을 지목하는 사람도 많다. 걸출한 작사가·작곡가 부부인 양인자(76)·김희갑(85)이 만든 노래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하고 시작한다. 소설가·극작가이기도 한 양인자 집필의 동명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였다. 경복궁에 있던 찻집에서 가사를 썼다. 드라마 주인공 배역인 왕영은이 처음 불렀다.

그 조용필 8집에만 해도, 양인자·김희갑 작사·작곡의 명곡이 수두룩하다. ‘바람이 전하는 말’ ‘얄미운 님아’ ‘내 가슴에 내리는 비’ 등. ‘킬리만자로의 표범’ 한 대목은 이렇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그 노래로 조용필은 킬리만자로를 더 널리 알렸다고 해서, 1998년 방한한 벤저민 윌리엄 음카파 탄자니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2001년엔 문화훈장도 받았다. 김희갑은 대구 대성고 재학 중에 기타를 배웠다. 졸업한 1955년에는 주한 미(美) 8군 무대의 기타리스트로 공식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에는 한국 그룹사운드 1세대인 키보이스 음반 프로듀서를 맡으며 작사가 겸 작곡가로도 본격 데뷔했다. 그의 명곡은 포크·발라드·록·트로트 등 여러 장르로, ‘바닷가의 추억’ ‘향수’ ‘불타는 연가’ ‘상아의 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봄비’ ‘눈동자’ ‘진정 난 몰랐네’ ‘하얀 목련’ ‘타타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의 미로’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양인자는 부산여중 3학년 때의 국어 과목 숙제로 쓴 소설 ‘돌아온 미소’로 “한국의 프랑수아즈 사강이 탄생했다”는 극찬을 받았을 만큼, 어릴 때부터 문재(文才)와 감성이 두드러졌다. 그런 양인자와 김희갑이 손잡고 만든 노래가 400곡이 훨씬 넘는다. 각각 발표한 노래를 합치면 4500여 곡이다. 그중에는 봄을 느끼려면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하는 이맘때쯤 찻집 등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들으면서 가슴을 데울 만한 노래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