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김덕주, 평판사 성명에 물러나

과거 대법원장 사퇴 사례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5일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유린하고 대법원장이 이에 굴종하던 어두운 과거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판사들이 외압에 들고 일어나면서 수차례 ‘사법파동’이 촉발됐다. 특히 평판사들이 중심이 돼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유감을 표명하며 물러나기도 했다.

1988년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은 소장 판사 335명이 5공화국 사법부 수장의 재임명에 반발해 성명을 내며 시작됐다. 전국 판사들이 성명서에 서명하며 전두환 정권 사법부의 주축으로 활동했던 김용철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당시 김 대법원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사퇴했다. 1993년 제3차 사법파동에서는 문민정부 출범으로 사법부 개혁을 바라는 법관들의 건의문이 제출되면서 김덕주 대법원장이 전격 퇴진했다.

2006년에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을 순회하며 검찰과 변호사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변협은 성명에서 유감 표명과 아울러 이례적으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자진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기에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터지면서 법원 내부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일선 판사들이 양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잇따라 내부 통신망에 올리기도 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