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팬데믹이 만든 극장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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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문화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극장 산업은 크게 휘청였다. 매출액이 반 토막 나면서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들은 심각한 위기를 호소하며 잇달아 지점을 폐쇄하거나 해외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렇게 지난해 극장 매출액은 2019년 대비 70% 이상 감소한 5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올해도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나. 벼랑 끝에 몰렸던 극장가에도 코로나19가 불러온 ‘뉴노멀’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다양성의 확대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도들이 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및 재개봉은 물론, 코미디 쇼, 게임, 굿즈(상품) 판매 등 움츠러든 관객을 되돌리기 위한 유인책이다.

잇따른 개봉 연기로 신작 수급이 어려워진 극장가는 독립·예술영화와 재개봉작 상영 확대, 장기 상영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2020년 11월엔 320편의 독립·예술영화 개봉작이 51만4814회 상영됐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353편, 41만5699회 상영된 것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상영 횟수가 23.8% 상승한 수치였다. 재개봉작 상영도 증가했다. 최근 4년간 재개봉한 영화는 평균 87.5편으로 연간 100편을 넘지 않았으나 지난해엔 250편으로 크게 늘었다. 의도한 상황은 아닐 테지만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다양성 확대에 큰 힘이 된 셈이다.

코미디쇼, 게임, 북토크, 스포츠중계 등 영화 이외의 장르를 극장에 거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CGV는 5일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을 CGV신촌아트레온 극장에서 선보였다. ‘쇼그맨’은 KBS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TV에서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잃은 후 대학로 소극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공연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히려 더 크고 쾌적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됐다. CGV는 또 지난달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극장을 빌려주는 대관 플랫폼인 ‘아지트엑스’도 시작했다.

메가박스가 설 연휴에 단독으로 진행하는 가수 송가인의 다큐멘터리 ‘송가인 더 드라마’도 새롭고 신선한 시도다.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 실황과 미공개 영상과 인터뷰를 담았다. 코로나19로 라이브 콘서트장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극장의 대형 스크린과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통해 콘서트를 구현한 것이다.

폐스크린을 활용한 재활용 상품도 등장했다. CGV는 리뉴얼 등으로 버려지는 스크린을 재활용백으로 만들었다. 나아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사는 이달 개봉하는 영화를 대상으로 상영 부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관객 1인당 최대 1000원. 관람료를 약 1만 원으로 봤을 때 매우 큰 금액을 양보하는 것이다.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는 조치다.

코로나19로 인한 궁여지책이지만 최근 극장들의 솔선수범은 의미가 크다. 영화산업의 중요한 한 축임에도 ‘갑’의 입장에서 과감한 변화에 인색했던 태도에서 벗어난, 최근의 시도와 지원은 눈물겨울 정도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상생의 명장면이다. 포스트 코로나에도 극장들의 노력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