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할리우드와 기술 격차 없어… 노하우·경험의 차이 극복이 과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승리호’ 시각 특수효과 맡은 덱스터 스튜디오 정성진 감독

“지옥도 만들어봤는데, 우주는 어렵더군요.”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의 시각특수효과(VFX)를 맡은 정성진(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총괄감독은 ‘승리호’라는 가상의 공간을 구현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승리호’에 쓰인 2500여 컷 중 80%인 2000여 컷에 VFX 작업이 필요했다. 영화의 40∼50분 정도는 풀(full) 컴퓨터그래픽(CG) 장면이다. 전문가만 1000여 명이 참여해 10개월 넘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신과 함께’의 지옥까지도 경험해봤는데, 우주는 상상 속의 공간”이라고 운을 뗀 정 감독은 “우주는 아예 빈 공간이다. 위, 아래 구분도 없다. 어마어마하게 광활한 공간에서 우주선 추격전을 벌여야 하는데, 그것을 영화적으로 해석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도 한번 해보니까 좀 더 잘할 수 있는 노하우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 같다. 한국 과학소설(SF)물을 더 많이 경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호’에 ‘한국형 SF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근사한 코스튬도 없이 생계를 목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치우던 이들이 의기투합해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설정도 할리우드 히어로물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한국인들이 조종하는 우주선 공간은 어떻게 생겼을지 고민했다”며 “할리우드 SF 영화들은 유니크한, 없는 세상을 표현했다면 저희는 반대였다. 한국적인 SF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한 지점이 많다. 배우의 코스튬도 지구상에 있을법한 의상들을 입고 있고, 그런 지점이 할리우드 영화와는 또 다른 차별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승리호’는 덱스터 외에도 CG 전문업체 6∼7곳이 참여했다. 이 영화 속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이 우주 평화를 위해 힘을 합했듯, 여러 업체의 유기적인 협조 속에 ‘승리호’라는 본격 SF물이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정 감독은 “‘승리호’는 한국영화 최초로 모든 CG 회사가 모여 만든 작품이라 보면 된다. 한국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기보다는 하나의 한국영화로서 잘 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SF영화와의 비교는 ‘승리호’가 가진 숙명이다. 홍보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승리호’의 순제작비는 190억 원. 할리우드 SF물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VFX 기술력만큼은 그들의 턱밑까지 따라갔다. 정 감독은 “할리우드와 한국 간 큰 기술적 차이점은 없다고 보면 된다. 똑같은 소프트웨어 기술, 하드웨어 운용을 가져가고 있다”면서 “다만 작업의 경험, 노하우의 차이는 있다. 100 대 70 정도일 것 같다. 경험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