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책 귀순’뒤 軍경계 강화했다더니… 바다·육지 동시에 뚫려

北남성 ‘수면 귀순’

16일 동해 최북단 해안에서 발생한 20대 초반 북한 남성의 귀순은 바다와 육지가 동시에 뚫린 사상 초유의 총체적 경계 실패로 드러났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은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4일 북한 남성의 ‘월책 귀순’ 사건 후 군 당국이 경계 시스템을 대폭 보강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바다와 육지가 동시에 뚫리는 경계 대참사를 빚은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현장에 급파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과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검열실 요원들이 22사단 해안경계작전과 경계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철책 하단 배수로 차단시설이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며 경계 실패를 인정했다.

군당국은 16일 오전 4시 20분쯤 CCTV를 통해 신원미상의 남성을 최초 포착했으며 이후 7번 국도 등 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CCTV에 몇 차례 포착됐지만 ‘진돗개 하나’가 발령돼 작전에 들어가기까지 약 2시간이나 걸린 것으로 파악했다.

군은 보고 누락 등 보고절차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남성은 최초 포착 3시간 만(군 작전 개시 1시간 만)인 오전 7시 20분쯤 탈진했는지 낙엽을 덮어쓰고 수면을 취하고 있는 장면이 제진 검문소 인근에서 포착돼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남성의 발견 장소와 당시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당국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 사전 훼손 여부도 조사 중이다. 지난해 7월 경기 김포에서 탈북자가 훼손된 강안 철책 배수로를 통해 한강 하구를 헤엄쳐 월북한 사실이 드러난 뒤 국방부가 해안·강안 철책 배수로를 전수조사하고 보강을 지시했지만 7개월 만에 동해 철책 배수로가 민간인에 의해 뚫린 것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