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변협회장 “金사태 본질은 입법부 눈치 본 것… 법관회의서 사퇴 논의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사법부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면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 이찬희 변협회장 첫 입장표명

결론 나오면 金대법원장 따라야
사법부, 외부로부터 독립은 물론
직위 떠난 ‘법관의 독립’도 중요
이번 사태로 두 가지 모두 침해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이 “‘김명수 대법원장 사태’의 본질은 탄핵도 거짓말도 아닌 ‘사법부가 입법부의 눈치를 봤다’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향해서는 “법원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 3륜 수장’ 중 한 명인 변협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협회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변협 회관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간의 대화를 보고 지금껏 진행돼온 사법부 개혁 작업은 물론 사법부 신뢰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협회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 구성원 내부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그 논의를 거쳐 헌법에 임기를 6년으로 보장하고 있는 대법원장이 사임할 정도라고 결론이 난다면, 그 의견을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고 김 대법원장은 이것을 따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덮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법관들의 의견 수렴 기구인 법관대표회의가 보다 전향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김 대법원장 사태가 3주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법관대표회의는 회의 소집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협회장이 ‘김명수 대법원장’ 사태에 대해 “사법부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 역시 그 시점과 대상 등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발생하고, 탄핵 사유가 있었던 것이 명백했다면 그때 탄핵을 했어야지 여권이 절대다수가 된 현시점까지 기다렸다 특정인에 한해 퇴임 한 달을 앞두고 탄핵안을 밀어붙인 것은 보복으로 비칠 수밖에 없고 정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그간 탄핵 사유가 있었는데 이제야 한다는 건 직무유기이고, 아무리 탄핵 사유가 있다 해도 현 탄핵 시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오는 22일로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이 협회장 임기 동안 변협은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배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존재감을 높이고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하지만 2년 임기 동안 사법부는 첨예한 양극화와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이 협회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및 사법 개혁에 대해 ‘줄탁동시(啄同時·안과 밖에서 함께해야 일이 이뤄짐)’의 개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 강하게 내리치면 내부 구성원이 다치거나 반발이 일고, 안에서 알을 조금씩 깨주지 않는다면 그 역시 개혁이 더디게 진행된다”며 “지금의 개혁은 외부 개혁 의지가 너무 강해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안팎의 조화가 이뤄져야 결국 개혁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정치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가 사법에 개입하니 개혁이 산으로 가고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며 “판결 하나마다 유불리를 따지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부터 없어지려면 사법 개혁에 앞서 정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