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식포럼>‘국민-정부’는 ‘주인-대리인’ 관계… 권력남용 땐 선거로 심판

>■ ‘文 정부 민주주의’의 반민주성 탐구

국민이 국가권력 월권 막는 게
진정한 ‘민주적 통제’의 의미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 통제’의 근거는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리에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인이요, 그가 임명하는 정무직들은 대리인의 대리인인데, 이들이 주인인 국민이 원하는 것과 달리 행동할 때 어찌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cy problem)’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적 통제는 특히 잘못 쓰이고 있다. 원래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권력의 월권과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어야 할 민주적 통제가 권력자와 집권세력이 자신의 뜻에 복종하지 않는 헌법상 독립기관들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즉 선출된 권력이 국민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 달리 행동하면서 이를 민주적 통제로 포장하는 것이다.

미국의 헌법 기초자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각종 제도들을 고안해 냈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것은 권력자의 약속도 아니고, 양심도 아니며, 권력자의 변심·표변·변덕을 막고 독재를 막을 수 있는 민주적 제도들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 복수정당제도 등이 이런 고민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 역시 만능은 아니었다. 사법부나 감사원, 검찰 등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공직을 수행하면 선출된 권력은 ‘민주적 통제’ 운운하면서 이를 방해했다. 복수정당제도는 허울뿐이었고, 국회는 절대다수의 집권여당이 독주 중이다. 여론 형성의 기능도 극히 약화돼 있다. 카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제도는 요새와 같다. 잘 설계돼야 할 뿐 아니라 보초를 잘 세워야 한다”고 갈파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이런 제도적 요새들이 속절없이 파괴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제 국민은 어찌해야 좋은가. 국민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는 것, 그리고 둘째,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 행사된다. 그러므로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도덕성·자질·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4·7 보궐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만일의 경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저항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저술팀

김영평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배수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김서영 미 콜로라도 덴버대 공공정책학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