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황사, 초미세먼지 농도와 관계없어… 흙먼지 덮친 날 하늘 맑게 보이기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문화다리 위로 출근하는 시민들과 빌딩들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 황사와 미세먼지의 차이는

입자크기 큰 황사는 미세먼지 수치와 관련… 시야 뿌옇게 보이는 건 초미세먼지가 원인
황사는 中·몽골 사막서 발생하는 자연현상… 미세먼지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생긴 오염물질

한반도가 봄철 들어 연이은 황사와 미세먼지 공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15일 중국발 미세먼지가 뿌연 하늘을 연출한 데 이어 16∼18일 황사가 이어졌고, 29일에는 역대 최악 수준의 황사와 짙은 초미세먼지까지 한꺼번에 한반도 상공을 뒤덮었다. 봄철 이맘때면 찾아오곤 하는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 둘은 왜 발생하는 것이며, 어떤 점에서 다른 걸까?

◇황사는 자연현상…초미세먼지보다 알갱이 굵어=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황사와 미세먼지는 먼지로 인해 하늘이 뿌옇게 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발생 과정과 물리·화학적 특성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황사는 말 그대로 ‘흙먼지가 불어오는 현상’으로 규정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의 건조한 사막이나 불모지 지역에서 한랭전선의 후면을 따라 부는 강풍에 의해 흙먼지나 모래가 공중으로 떠올라 부유하다가 천천히 지표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 같은 정의에서 알 수 있듯, 황사는 현대의 환경오염 산물이라기보다는 ‘자연현상’에 가깝다. 실제 심해 및 남극 아이스코어를 이용한 연구결과를 보면, 황사가 수십만 년에 걸쳐 발생한 흔적이 나타난다. 심지어 지구 밖 화성에서도 황사라 불릴만한 먼지폭풍 현상이 발견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삼국사기뿐 아니라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황사 현상이 기록돼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황사의 영향이 지속됐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황사 현상의 최초 기록은 서기 174년 삼국사기에 기록된 ‘우토(雨土)’라는 표현이다. ‘흙이 비처럼 내린다’는 뜻으로 하늘에서 흙먼지가 낙하하는 현상을 묘사한 것이다.

황사의 주요 발원지는 아시아 대륙의 몽골과 중국의 사막지역, 황하 중류의 건조 지대, 황투고원, 내몽골고원이다. 현재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황사 역시 중국 내몽골고원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발원한 흙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남하한 것이다. 이 황사 입자의 크기는 약 10㎛ 크기다. 대체로 초미세먼지(2.5㎛ 크기)보다 알갱이가 굵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황사가 초미세먼지 수치와는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을 알면 황사가 덮쳤던 지난 16∼17일의 하늘이 새파랬던 점, 긴 가시거리 등이 설명된다. 햇빛을 흐리게 만드는 작은 입자, 즉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좋음’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시 가시거리가 20㎞를 넘었고 하늘 역시 깨끗해 보였던 것이다. 실제 16∼18일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에서 ‘매우 나쁨’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좋음’을 기록했다. 밤사이 강한 바람이 사막의 모래 먼지를 몰고 온 대신, 초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 물질은 걷어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 최악 수준의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바라본 종로 일대 도심이 뿌옇다. 뉴시스

◇미세먼지는 인간활동에 의한 결과물…황사보다 건강에 해로워= 한편 미세먼지는 황사와 달리 가정의 난방과 취사, 자동차 운행, 공장에서의 화석연료 사용 등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발생한 미세 입자로 정의된다. 자연 발화에 의한 산불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세먼지를 차지하는 대부분은 인간 활동에 의한 결과물이다. 미세먼지가 지구상에서 본격적으로 발생한 시기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급증한 18세기 이후다. 미세먼지로 인한 초창기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미세먼지와 안개로 인한 스모그(smog) 현상으로서 1930년대의 벨기에 뫼즈 스모그, 1940년대의 로스앤젤레스(LA) 스모그와 1950년대의 런던 스모그 사건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는 불과 200∼300년 정도밖에 안 되는 현상으로서 황사에 비하면 극히 최근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지난 9∼10일 동북아 일대 고농도 미세먼지를 ‘중국산’과 ‘한국산’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이 결과, 중국 북부에서 배출된 광범위한 미세먼지 구름이 한반도 중서부를 뒤덮은 가운데 국내 자체 미세먼지도 발생했다.

김 교수는 “예측 모델에 따르면, 이번 사례의 경우 중국 영향이 50∼60%, 국내 영향이 35∼40% 정도로 분석된다”고 했다. 매번 대기상황 등에 따라 그 비중이 다르겠지만, 중국 영향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 발생 영향도 적잖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미세먼지는 또 황사에 비해 유해한 성분이 많다는 특징을 보인다. 황사는 지표 토양에서부터 기원한 칼슘, 마그네슘 등 자연기원의 물질이 주를 이루지만, 미세먼지는 대체로 대기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해 만들어진 황산염과 질산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성분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 지표면 흙먼지 등에서 생기는 광물 등이다. 이 중에서도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서 인간의 호흡활동 중에 폐 속 깊숙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황사 때보다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