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징벌적 상속세, 기업 영속성 위축… 세계 추세 역행”

최대주주 할증땐 세율 60%
과표구간 조정 목소리 커져

삼성 일가가 세계 최대 규모인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게 되자, 재계를 중심으로 ‘징벌적 상속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99년에 만들어져 현실과 괴리가 있는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을 포기하거나 경영에 차질을 빚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소득과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상속세 과표구간이 조정돼야 하지만 상속세가 부자세로 인식되면서 지난 20여 년간 어떤 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세율도 높은 데다 분할 납부 기간도 짧아 기업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영에 타격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적용되는 최고세율 50%는 지난 1999년부터 유지돼왔다. 과세표준과 공제기준도 22년째 그대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는 일본(55%)뿐이다.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지분 할증 20%까지 적용하면 세율이 총 60%에 달한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와 정치권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민 정서상 부자세라는 인식 때문인지 개편에 소극적”이라며 “과거 기준에 맞춰진 과표구간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의 증세로, 조세체계의 형평성·공정성 측면에서라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