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을 죽었다며 토지 강제수용” 분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족관계 증명서 [제보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농어촌공사, 청양 도로공사 과정서 ‘공탁금’ 찾아가라 공문…공사 “경위 파악 중”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지를 ‘망자’라면서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지난달 15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 재결서를 받아든 이모(57) 씨는 중토위가 아버지(88) 소유 토지를 수용하면서 ‘망자’로 표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정정하신 아버지께서 지금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도 중토위가 왜 망자로 확인된다고 인정했는지 모르겠다”며 “대체 무엇을 검토하고 확인했다는 것인지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충남 청양군 남양면 금정리에 위치한 토지는 서부내륙고속도로 평택∼부여∼익산 구간에 편입된다.

보상을 추진 중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중토위 재결서 등을 토대로 오는 6일 이후 대전지법 공주지원에 보상금을 공탁할 계획임을 통보했다.

공사는 토지등기부등본 상 주소인 ‘충남 청양군 사양면 344번지’로 토지수용 관련 우편물을 보내고, 토지주에게 보내지 못한 우편물은 우체국에 보관하는 등 절차를 밟았다.

문제는 우편물을 보낸 곳은 토지주가 1950년 5월 판매하고 떠난 집이라는 점이다.

무려 71년 전 주소로 토지 수용과 관련한 중요 우편물을 보내 놓고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이씨는 “토지등기부등본의 토대가 되는 토지대장만 확인했더라도 아버지 주민등록번호가 나오고, 주소지를 조회했으면 현재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어떻게 소유자 생존 여부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협의 과정 한번 없이 땅을 강제로 빼앗을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는 소유자 등과 협의매수가 필수인데도 아버지는 사업 내용이나 기간, 협의 매수 기간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며 “개인 재산권을 다루는 공사가 어디에도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부당하게 행정을 집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민원인이 정보공개 청구 등을 진행 중이라서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며 “전임자가 해당 업무를 담당했는데 서류를 찾아보는 등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