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프로세스 ‘좌초’… 미·중 갈등속 ‘갈라파고스’ 우려

남북대화만 중시 실질성과 못내
北 미사일 도발 재개 긴장 고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탄도미사일 도발 재개 흐름 속에 지난 4년 내내 공들인 남북관계에서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북 대화 기조를 이어가며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북정책에만 매달린 외교안보 정책을 펼치느라 미·중 경쟁 구도가 선명해진 국제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자칫 갈라파고스 신세에 처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반도 평화라는 신기루를 좇다가 아무것도 못 잡은 상황”이라며 “대북 정책에서 대화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하는데, 대화 자체를 목표로 삼다 보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 전 수석은 “땅에 발을 붙이고 현실에 입각한 외교를 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대화에 매달리는 사이에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파괴할 능력만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중심에 둔 외교를 고집하면서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반도 평화 문제는 미·중 대립이라는 국제 정세, 한·미동맹 같은 구도 속에서 살펴야 하지만 연결된 접근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3월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재개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이었던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의 토대 위에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G7의 지지를 당부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