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같이 갈 정도 친분… 숨긴게 아니라 만취 블랙아웃”

■ 故 손정민씨 친구, 변호사 통해 첫 공식입장

“신발 버린건 토사물 때문
억측·명예훼손 삼가 달라”
손씨父 “친구라고 표현말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와 당일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 측은 온라인상에서 일고 있는 각종 의혹을 16개로 정리해 적극 해명했다. 대표적 의혹인 A 씨 어머니가 신발을 버린 행위에 대해 “낡은 신발에 토사물까지 묻어있어,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A 씨 측 변호를 맡은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A4 용지 기준 17쪽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A 씨가 당시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 상태였다”며 “A 씨가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것 등 일부 단편적인 것들밖에 없다”고 했다. A 씨 측은 손 씨 실종 이후 약 3주 만에 이날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16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구체적 경위를 숨겨왔다’는 지적에 “A 씨와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A 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게 별로 없었기에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입장이었다”고 반박했다. ‘A 씨가 의심스럽다’는 대표적 정황 증거로 꼽힌 신발을 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신발은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 씨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뒀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A 씨)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일 새벽 손 씨 부모님께 알리지 않은 채로 한강공원에 간 경위에 대해 “새벽에 연락드리기 송구스러워 직접 가 확인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씨와 A 씨가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대학교 친구들과 수차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함께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며 “같은 독서실을 다닌 적도 있고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하지는 못하나 소주 4병, 청주 2병, 막걸리 3병 등 9병을 산 것으로 구매 내역을 통해 확인됐다. A 씨 측은 “부디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A 씨 측의 입장 표명에 대해 손 씨 아버지는 “일고의 가치도 없고,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친구라는 단어를 모독하지 않게, 친구라고 표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