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위 개선안 비판 봇물… “임대사업자制 폐지땐 사업자·세입자 모두 피해”

“종부세 상위 2% 과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어”

재산세 감면안 ‘조삼모사’불과
공시가 오르면 세부담 더 늘어

문재인 정부 차원에서 권장했던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현 정부 임기 만료 전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매물 잠금을 해소하자는 취지지만, 정부를 신뢰했던 현장의 반발이 크고 주택시장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여권이 밀어붙이는 종합부동산세 상위 소득 2% 부과안 역시 편 가르기식 정치논리에 치우쳐 매년 불필요한 행정 부담만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 따르면, 다세대·다가구, 단독 등 일반주택의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은 중단된다. 지난해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오피스텔, 단독주택 등의 민간임대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폐기될 매입임대 사업자들로부터 조기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현행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간만 연장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세제 혜택을 기한부로 없애는 등 제도 폐기 신호를 주면, 임대 등록이 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 약 65만 가구 중 20% 수준인 약 13만 가구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현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임대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등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등록임대주택 자동말소 대상 주택은 아파트가 11만6048가구, 비아파트가 38만4660가구다. 등록임대주택의 80% 이상이 다세대·빌라 등으로 매물이 풀리더라도 효과는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요자들의 원하는 것은 아파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오락가락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문 정부 초기에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 장려했던 정책을 이제 와 스스로 번복하는 셈”이라며 “임차인과의 계약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단기간에 주택을 정리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가 갭 투기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으로 인한 피해가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임대사업자가 공급한 주택에 거주한 임차인들은 저렴하게 공급된 주택에서 거주해왔지만, 앞으로 내몰리게 되면 주거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된 임대사업자가 해당 주택을 6개월 이내 매도해 매수자가 실거주를 요구하면 현재 거주 중인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감소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종부세를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하는 방안 역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우선 국민 중 일정 비율을 정해 과세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또 매년 공시가격 2%에 해당하는 가구를 선정하는 것부터 예상하기 힘든 행정비용을 초래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 기준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 공동주택 수가 결국 2% 정도 된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 논리란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당근’으로 내놓은 공시가격 6억~9억 원 구간에 해당하는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 방안 역시 ‘조삼모사’란 평가다. 감면 대상 주택 상당수가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해 재산세 감면을 받더라도 보유세는 지난해보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정우·조해동·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