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小다자(microlateralism)’ 新질서와 더 중요해진 동맹

  • 문화일보
  • 입력 2021-05-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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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미국 유연한 小다자주의 추진
마이크로 다자주의 아이디어
美 테크 + 민주주의 결합 외교

6월 초 D10 정상회의가 시험대
文의 中 시진핑 방한 추진 발언
임기 말 北보다 ‘내 편’ 다져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홈페이지에 ‘마이크로 다자주의를 위한 사례(the case for microlateralism)’라는 기고문이 최근 게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 디지털경제 규제 등에서 호주·싱가포르·이스라엘·칠레 등의 소규모 협력 사례를 들면서 마이크로 다자주의로 명명했다. 양자(bilateral)와 다자(multilateral)를 넘어 소국의 리더십과 대국의 참여를 결합한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자는 개념이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소(小)다자주의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미국이 간접적으로 한국의 관여를 종용하는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4개국 협의체)가 그런 사례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지역과 현안에 따라 마음이 맞는(like-minded)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소규모 협력체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앞장서기보다는, 강소국의 주도권을 지원하는 방식의 이 ‘마이크로 다자주의’를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 아시아에서는 대중 견제의 선봉장인 호주, 디지털 경제 파트너십 협정을 주도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유력한 후보다. 한국도 매력적 구애 대상이다.

‘마이크로 다자주의’를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기고문의 저자 때문이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이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CEO인데, CNAS는 바이든 행정부 인재의 산실이다. 공동 창립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다. 또 다른 공동 창립자는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에 지명됐다가 낙마한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이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에 고위직으로 들어간 CNAS 인사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정무차관, 일리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재무부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 등이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CNAS 출신은 하다못해 인턴까지도 전부 바이든 행정부에 채용됐다”는 이야기가 돈다.

기고문의 또 다른 저자도 주목해야 하는데, 구글의 싱크탱크 ‘직소(Jigsaw)’의 재러드 코언 CEO다. 직소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글로벌 도전과 위협을 해결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기관으로, 일종의 ‘테크’와 민주주의, 외교의 결합을 추구한다. 실제로 코언 CEO는 폰테인 CEO와 함께 지난해 포린 어페어스 11·12월호에 게재한 ‘테크노-민주주의의 통합’ 기고문에서 한국을 포함한 기술선진국 12개국이 참여하는 ‘T-12’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역시 반도체·6세대(G) 등 기술과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맥이 닿아 있는 셈이다.

첨단 기술과 민주주의, 외교가 결합하는 아이디어의 첫 시험대는 오는 6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다. 공식 명칭은 G7 정상회의지만, 사실 민주주의 10개국(D10)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다. 기존 7개국에 한국과 호주, 인도가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견제 대상인 중국·러시아는 배제됐는데, 이는 캠벨 조정관이 지난 1월 밝힌 구상 그대로다. 당시 캠벨 조정관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모든 사안에 초점을 두는 거대한 연합체를 구성하는 대신, 개별 문제에 초점을 맞춘 유연한 연합체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D10과 쿼드 확대를 언급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상의 D10 정상회의 이후 6월 14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동맹들의 의지와 지원을 한몸에 받은 상태에서 불과 이틀 뒤인 16일 곧바로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언급과 미사일 지침 해제 발표에 껄끄러운 반응을 보인 중국의 행보가 우려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 편’과 엇박자를 내지 않는 것이다. 지금 국제정치는 양자와 다자, 여기에 소다자까지 얽히면서 십자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일단 동맹 강화라는 옳은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문 대통령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추진 발언은 불길하다. 다시 북한 문제에 매몰되면 위험하다. 남은 임기 1년을 낭비하기에는 세계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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